촉법소년(觸法少年)... 사전에도 법전에도 안 나오는데, 법조계에서만 쓰는 '그들만의 용어'
촉법소년(觸法少年)... 사전에도 법전에도 안 나오는데, 법조계에서만 쓰는 '그들만의 용어'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09.07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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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 치징
'촉법(觸法)'이란 말은 조선왕조실록에 여러차례 등장하지만 지금은 사어화(死語化)
'형사미성년자'는 촉법소년보다 광의의 뜻으로 쓰여... 대체할 적절한 용어 찾아야

[법률방송뉴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 등 나이 어린 학생들의 범죄가 성인 뺨치게 흉포해지면서 이런저런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게,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고 '보호 처분'만 받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이른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촉법소년, 어디서 연유한 말일까요. 오늘(7일)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는 촉법소년입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범죄소년’이라는 영화입니다.

"폭행, 특수절도, 또 폭행, 너 정말 보호자 없어?"

엄마와 세상에 버림받고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소년원에 가게 된 어느 ‘소년범’의 세상과의 화해와 치유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소년범 관련해서 죄를 지어도 처벌을 받지 않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아이들을 지칭하는 ‘촉법소년’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촉법소년, 법조계에선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현행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세 이상 14세 미만’이라고 해서 ‘촉법소년’을 풀어쓰고 있거든요...”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사이트입니다. ‘촉법소년’이라고 쳐봤습니다.

판례와 법령 어디에도 ‘촉법소년’으로는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판례와 법령 어디에도 ‘촉법소년’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규칙, 예규, 선례 어디에도 ‘촉법소년’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반면 관련 문헌에는 ‘촉법소년’으로 수백 건이 검색됩니다.

‘가정법원의 촉법소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 연구’

‘경찰 단계에서의 촉법소년 사건에 대한 개선방안 연구’

‘촉법소년의 처우와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등 법원과 검찰, 경찰, 학계 등 관련된 모든 사법기관에서 ‘촉법소년’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른바 ‘법조계’에선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 촉법소년, 시민들은 그 뜻을 알까요.

[이혜은(21) / 서울 종로구]

(촉법소년, 이러면 무슨 말 같으세요)

“법을 촉구한다?... 잘 모르겠어요“

[유정자(70) / 서울 강남구]

(촉법소년,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안 좋은데… 나쁜 소년?“

법조계는 알지만 일반인들은 모르는 단어 촉법소년,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소년범죄를 규율하고 있는 소년법 제4조입니다.

소년법 제4조 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2호를 보면 “형법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에서 ‘저촉의 ’촉‘, ‘형법 법령의 ’법, 그리고 ‘소년’을 따서 임의로 조합한 단어가 바로 ‘촉법소년’입니다.

즉 법령에 어떤 표현이나 근거도 없이 그냥 법조계에서 임의로 쓰는 ‘그들만의 용어’라는 얘기입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관계자]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소년을 줄여서 ‘촉법소년’이라고 그렇게 명명이 됐는데,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은 형법학자들일 테니까...”

법에 저촉된다, 촉법, 일상생활에서 지금은 쓰지도 않고 뜻도 잘 모르는 단어지만 조선시대엔 흔히 쓰이던 단어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촉법’이란 단어가 19번 나옵니다.

연산군일기 32권 “사람을 무고한 죄인 이종준을 중벌에 처하라고 명하다‘“처럼 대부분 ’법을 어긴 촉법 죄인을 벌주라‘는 내용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썼지만 이제는 사어화된 말, 사전에도 법전에도 없는 단어가, 우리 법조계에선 ‘그들만의 용어’로 지금도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겁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

“당연히 ‘촉법’이라는 의미가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낯선 단어이고 잘 쓰이지 않는 단어라서 특히 소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단어들이 순화되고...”

문제는 지금으로선 ‘촉법소년’을 대체할 단어가 딱히 없다는 점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14세 미만 아이들을 지칭하는 ‘형사미성년자’라는 단어가 있지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보다는 광의의 뜻이어서 정확히 일치하진 않습니다.  

적당한 용어가 없다고, 일반 사람들은 의미 파악도 힘든 말을, 사전에서도 법전에서도 사라진 말을 계속 써야 할까요.

그럴수록 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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