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제주 예멘 난민. /연합뉴스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제주 예멘 난민.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제주 예멘 난민 논란 이후 난민심판원 신설을 약속했던 법무부가 대략적인 가이드라인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방송뉴스가 11일 확인한 2019년 법무부 예산안에 난민심판원과 관련해 신설된 예산은 전혀 없었고, 향후 심판원 설치를 위한 단계적 계획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1일 난민법 폐지 등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형식을 통해 "난민 심사 문제와 관련해 부족한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고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겠다”며 “특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가 난민심판원 신설 논의를 구체화한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박 장관의 공개적인 약속까지 나온 상황에서 내년 예산안에서 조차 심판원 신설을 위한 기초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법률방송뉴스가 입수한 2019년 법무부 예산안에 따르면, 2019년 외국인 및 난민과 관련된 예산은 약 2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계획으로 이중 새롭게 신설된 난민 관련 예산은 없었다.

다만 세부 예산안 중 난민 심사와 관련해서 '신속·공정한 난민심사를 위한 통역비 등 난민업무 지원' 예산이 작년 27억원에서 33억원으로 6억원이 증액 책정됐을 뿐이다.

심사기간 단축 및 난민 전문 통역인 증원 등 난민 심사 인프라 확충을 위해 현재 관계 부처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 외 법무부가 밝힌 내년 외국인 및 난민 관련 세부 예산안은 △'단속된 불법체류외국인의 보호 및 강제퇴거 집행' 35억원 △'외국인종합안내센터(국번없이 1345) 상담위탁용역' 36억원 △'입국초기 외국인에 대한 기초 법·제도 교육 및 필수정보 제공을 위한 이민자 조기적응프로그램 운영' 12억원 △'외국인이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언어문화 등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 72억원 등으로 관련 예산이 올해에 비해 조금씩 증액될 예정이다.

난민 심사 절차 및 난민심판원 신설 계획. /법무부 제공
법무부의 난민 심사 절차 및 난민심판원 신설 계획. /법무부 제공

이렇듯 시급한 난민심판원 신설에 관한 논의는 진행하지 않은 채 기존 외국인과 난민 관련 예산만 증액하는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구체적인 사항이 논의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난민심판원 관련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아직 없고 난민법 개정, 난민심사관 증원, 유관기관과의 협의 등의 절차가 필요해 단기간에 추진되긴 어렵다"며 "지난 해 '난민심판 전문기관 설립 타당성 및 운영방안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난민 인권 보호 등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지금 단순히 절차를 눈에 띄게 줄이고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절차 하나라도 전문적이고 독립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무엇보다 국가정황을 전문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기관, 전문적인 통역인 양성 기관, 난민 심사 공무원이 전문적·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난민심사를 하는 공무원을 늘리고, 그 공무원을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들로 바꾸고, 또 그 공무원들이 독립적으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난민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있는 인권단체인 '난민인권센터'는 "난민심판원 제도가 지금의 절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경우 너무 신속성에 초점이 맞춰져 오히려 난민의 구제 기회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수 있다"며 "현재 난민 이의신청 심판이 부실하다는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기에 상설화된 기구가 심사를 충실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난민심판원 신설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난민심판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1차 심사부터 이의신청, 법원의 1심·2심·3심에 이르기까지의 난민 심사과정은 어차피 같은 사안을 여러 차례 다시 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난민 심사 절차를 줄이는 것은 신속하게 보호돼야 할 난민을 위한 것"이라며 "1차 심사부터 법원까지 각 과정의 충실성을 따로 본다면 심사 단계가 줄어든다고 해서 충실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는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 1심 기능을 통합해 현행 5단계인 난민심사를 3~4단계로 단축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면 반드시 난민심판을 거쳐 가도록 하는 필요적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채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난민신청부터 최종 결정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약 2~3년에서 1년 이내로 단축돼 체류 연장, 또는 취업 방편으로 난민신청하는 남용적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부 역시 신속하게 진짜 난민을 보호하는게 우선"이라며 "난민심판원 신설이 기존 사법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검토와 연구, 그리고 사법기관과의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이현무 기자 hyunmu-lee@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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