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불가능, 연기해 달라"... 묵살당한 경찰 특공대원의 호소, 예고된 재앙 '용산참사'
“작전 불가능, 연기해 달라"... 묵살당한 경찰 특공대원의 호소, 예고된 재앙 '용산참사'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9.05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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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용산참사' 조사결과 발표
"위험 발생 예상하고도 무리한 진압 강행, 다수 인명피해 발생"
특공대 "작전 연기" 요청에 "무서워서 못 올라가는 거야?" 압박

[법률방송뉴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빌딩.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빈 빌딩에서 망루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에 대한 경찰특공대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 등 6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친 ‘용산참사’가 발생한 날입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오늘(5일)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용산 참사, 경찰, ‘제복의 무게’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화재 등 위험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준비되지 않은 무리한 작전 강행으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입니다.

조사위 조사 결과를 보니 말문이 턱 막힙니다.

일단 뭣 때문에 그렇게 진압을 서둘렀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철거민들이 망루농성에 돌입한 건 2009년 1월 19일, 경찰의 진압 작전이 펼쳐진 건 이튿날인 1월 20일입니다.

하루만의 전격 진압작전, 준비가 제대로 됐을리 만무합니다.

당시 경찰 ‘작전계획서’에 따르면 망루에 시너와 화염병 등 위험물이 많고 농성자들이 분신이나 투신, 자해 등을 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위험 가능성을 예측했으면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위험 가능성만 언급하고 정작 이에 대한 준비는 없었습니다.

소방차는 일반 화재진압에 쓰이는 펌프차 2대만 투입됐고, 유류 화재 진압용 화학소방차는 단 한 대도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애초 300톤 크레인 2대를 동원한 진압 작전을 세웠으면서도 정작 진압 당일엔 뭣 때문인지 100톤 크레인 1대만 투입됐습니다.

2005년 오산세교지구 망루농성 진압작전 당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예행연습과 300톤, 4백 50톤 크레인 2대와 소방차 23대를 배치한 것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투신이나 추락에 대비한 에어매트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실제 추락사한 사람도 발생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진압작전을 맡은 특공대 제대장이 경찰특공대장과 서울청 경비계장에게 “작전이 불가능하다. 작전을 연기해 달라”고 경찰 특공대로 명령을 받은 입장에서 입에 올리기 힘든 ‘작전 연기’ 요청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청 경비계장의 반응은 “겁먹어서 못 올라가는 거야? 밑에서 물포로 쏘면 될 거 아냐”라며 작전 연기 요청을 묵살했다는 것이 조사위 조사 결과입니다.

결국 들어가긴 했지만 예상대로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1차 화재가 발생했고, 경찰 컨테이너가 망루와 충돌해 망루가 무너지면서 안에 있던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이 흘러내려 망루와 옥상에 들어찼습니다.

이쯤 되면 그만해야 정상인데 경찰 지휘부는 2차 진입을 명령했고, 특공대원들은 1차 진입 당시 소진했던 소화기 보충교체도 못하고 곧바로 다시 재진입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2차 진입 때 유류물, 염산 같은 냄새가 났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독한 냄새가 났다“

"대원 상당수가 유증기로 술에 취한 듯 몽롱한 상태였다“는 것이 당시 진압작전에 투입됐던 특공대원들의 진술입니다.

진압 예행연습은커녕 망루 구조도 파악하지 못하고 투입된 진압작전.

결국 2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6명이 숨지고 30명 넘게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용산 참사’입니다.

참사 이후 경찰은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을 분석하고 경찰 비판 글에 반박글을 올리는 등 악화된 여론에 적극 대응했던 것으로 밝혔습니다.

당시 김석기 서울청장, 경찰청장 내정자 지시로 이뤄진 일입니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사건 파장 학산을 막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는 부분에선 그냥 더 할 말이 없어집니다.

당시 서울청장이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무리한 진압작전을 감행했는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그랬는지, 짐작은 가지만, 이해는 전혀 못 하겠습니다.

“다 지난 얘기인데 사과가 다 무슨 소용인가. 사과를 받으면 뭐 하나 싶다”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가 경찰은 사망한 철거민들과 순직한 경찰 특공대원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순직한 고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씨가 한 말입니다.

경찰 제복을 입은 몸으로 잘못됐을지라도 국가의 명을 수행하다 순직한 안타까움 죽음.

국가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제복의 무게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삼가 고 김남훈 경사와 사망한 철거민들의 명복을 빕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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