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 의미는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형량을 깎아주는 제도"
"1953년 형법 제정시 구 일본 형법 내용 무비판 수용... 우리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바꿔야"
법제처 "같은 한자라도 '정상참작'으로 바꿔야" 권고... 하지만 대법원도 관습적으로 계속 사용

[법률방송뉴스] ‘작량(酌量)하다’,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그럼 ‘작량감경(酌量減輕)‘이란 말은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감경’이라는 말이 들어있는 걸로 봐서 뭔가를 깎아준다는 뜻인 것 같은데, 오늘(4일)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는 '작량감경'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여중생 딸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해 온 나라에 충격을 준 이영학씨.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영학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모레(6일) 열립니다.

이씨는 1심 사형 선고 뒤 반성문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사형 선고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련해서 우리 형법엔 ‘작량감경’이라는 조항이 나옵니다.

형법 제53조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그것입니다.

‘작량하여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작량감경’의 ‘작(酌)‘은 원래 ‘술을 붓다' '술을 따르다’라는 뜻입니다.

‘마주 대하고 술을 마시다’는 ‘대작(對酌)하다’나, 지금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지만 원 뜻은 ‘술을 주고받다’인 ‘수작(酬酌)을 건네다'의 '작'에 쓰이는 말입니다.

술을 따르는 데서 연유해 양을 어림잡다는 뜻으로 ‘짐작하다’ ‘참작하다’의 '작'으로도 쓰입니다.

따라서 작량감경은 ‘참작할 작(酌)‘, ’헤아릴 량(量)‘ 자를 써서 “참작해 헤아려서 형을 감경해준다”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사자성어입니다.

법률적으론 작량감경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형법 조문에 삽입된 조항으로 일본 형법에 있던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를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승재현 / 형사정책연구원 형법학 박사]

“형법 제정안보다 더 오래된 1909년에 만들어진 일본 구 형법을 기준으로 우리가 그걸 받아들였고, 좋게 말하면 뭐 그걸 받아들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죠”

법제처에선 '작량감경(酌量減輕)'이란 어려운 일본식 한자보다는 같은 한자이긴 해도 뜻이 더 널리 알려진 ‘정상참작(情狀參酌)’으로 바꿔 쓸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별 영향은 없습니다.

문자 그대로 ‘소 귀에 경 읽기’입니다.

형법 조문에선 제정 65년이 되도록 작량감경이라는 단어가 꿈쩍도 안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고, 최고 법원인 대법원도 별 문제의식 없이 그냥 관습적으로 작량감경이라는 말을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승재현 / 형사정책연구원 형법학 박사]

“그 ‘작량’이라는 그 일본식 용어는 반드시 바뀌어져야 되고, 대한민국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정상참작’이 되는 거죠. 정상을 참작하여 이 정도가...”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아줄 수 있는 이 작량감경 제도는 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만 두고 있는 제도라고 합니다.

제도를 물려받은 것은 그렇다 해도, 그 말까지 그대로 따라 써야 했는지, 따라 썼더라도 잘못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바꿀 수는 없는 건지.

우리 법조계의 이 이해 안 되는 견고함과 완고함이 답답합니다.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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