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차범근 '국위 선양'... 병역특례가 불편한 이유, 병역면제 그 기원과 역사
손흥민과 차범근 '국위 선양'... 병역특례가 불편한 이유, 병역면제 그 기원과 역사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9.03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혜택 42명 중 축구가 20명... 야구 9명
"병역특례 폐지" 국민청원 쇄도... 병무청장 "병역특례 전면 재검토"

[법률방송뉴스]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축구 대표팀이 오늘(3일) ‘금의환향’ 했습니다. 금메달은 금메달이고, 해묵은 병역면제 논란이 다시 뜨겁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찬수 병무청장이 오늘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병역 특례 얘기 해보겠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입니다. 아시안게임 축구와 야구 결승이 있었던 지난 1일 이후  병역특례 관련 무려 80건 넘는 청원이 올라왔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운동선수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준 건 1973년 박정희 정부가 ‘병역 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을 만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만 해도 경제력에서 뒤져있던 북한과의 체제 경쟁, 저개발국가. 국제대회 우승은 곧 ‘국위 선양’이던 시절 얘기입니다.

당시 한국의 국력과 경기력 수준으로 그만큼 국제대회 우승은 쉽지 않았고, 실제로 병역면제 혜택을 입은 사람은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 양정모 정도가 유일합니다.

1972년부터 축구 국가대표를 지내며 1978년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을 따낸 ‘전설’ 차범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그해 12월 당시 당대 최고의 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복무 중이던 공군에서 약속을 깨고 놔주지 않아, 다시 귀국해 5개월을 꼬박 더 근무하고 만기전역한 뒤에야 서독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천하의 차범근’도 받지 못한 병역 특례, 국방의 의무는 그만큼 견고했고, 병역특례, 제도는 있으되 별 논란과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병역특례는 전두환의 집권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전두환 정부는 1981년 9월, 88서울올림픽 유치 확정 한 달 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이상을 딸 경우 병역특례 혜택을 주겠다'고 관련법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이후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며 1990년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로 병역특례는 지금과 같은 뼈대로 자리잡습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대표적으로 혜택을 본 사례입니다.

이후 큰 틀을 유지해오던 병역특례의 뼈대가 흔들린 건 2002년 한일월드컵 때입니다. 

전국을 들었다놨다 한 월드컵 열풍 속에 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하루 앞두고 선심 쓰듯 월드컵 16강 진출도 군 면제 대상에 툭 포함시킨 겁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팀이 4강에 오르자 당시 정부여당이 대표팀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기로 한 건 병역특혜 논란, 기름에 불을 부었습니다. 

이른바 비인기종목과의 형평성 문제,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병역면제를 주느냐는 등의 비판이 둑 터진 듯 쏟아졌습니다. 

결국 정부는 이듬해 월드컵과 WBC는 병역특례 대상에서 도로 제외합니다.

그러자 2010년 제2회 WBC 대회엔 선수들이 부상 우려와 소속팀 일정 등을 이유로 참가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에 당시 야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이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애국심’에 호소한 말이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로 감독으로서 젊은 선수들을 향한 ‘야, 니들 정말 너무한다. 너희밖에 모른다’는 섭섭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입니다.

이후 벌어진 일들도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다시 2018 아시안게임 얘기로 돌아가면 축구와 야구가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종합순위 3위입니다.

일본에 2위를 내준 건 일본에서 열렸던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만입니다. 

그래도 축구와 야구가 일본을 이겨서인지 분위기는 나쁜 것 같진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42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됐는데 축구가 20명, 야구가 9명입니다. 축구대표팀 하나에서만 전체 혜택자의 절반 가까이가 나왔습니다.

사실상 21세 이하 대표팀을 보낸 일본이나 중동의 강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상대로 해외파들을 다 불러모아 꾸린 대표팀으로 거둔 우승, 그리고 병역면제.

선수들 개인적으로야 좋은 일들이겠지만, 굳이 비인기종목과의 형평성을 들먹이지 않아도 뭔가 뒷맛이 깨끗하지 않거나 정상적이진 않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손흥민 선수가 꼭 총을 잡고 휴전선을 지키는 방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위해 복무할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손흥민’에게만, ‘축구’에만 ‘야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비인기종목, 나아가 스포츠 분야를 넘어서 방탄소년단 같은 연예인,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까지.

기찬수 병무청장이 오늘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단순히 병역특례 검토 차원을 넘어 ‘대체복무’ 차원에서 심도있는 논의와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