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관실 등... 우 전 수석 정조준 청와대, 보안 이유로 경내 진입 불허...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 받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4일 오후 전격적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

청와대는 검찰의 경내 진입은 불허했지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검찰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건네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병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 등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4일 오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법률방송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4시 40분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3곳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한 장소는 민정수석실과 민정비서관실, 창성동 특별감찰관실과 관련된 곳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와대 출입문인 연풍문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지만 청와대가 보안 등을 이유로 경내 진입을 불허해 청와대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청와대 측과 협의해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전달받았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의거해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불승인함에 따라 청와대에 특정 자료를 요구했고, 청와대의 협조 하에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청와대 측에 요구한 자료는 민정수석실이나 특별감찰반의 감찰조사 관련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관련자 휴대전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최순실씨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나 비위를 감독해야 할 업무를 담당하면서 최씨 등의 국정농단 의혹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배후에서 사실상 방조하거나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지난해 가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당시 청와대의 각종 대책회의를 주도하면서 사태를 무마하거나 축소, 은폐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서 목록과 특별감찰반의 감찰조사 관련 내용 등을 확보해 최씨 등과 관련된 모니터링 자료나 첩보, 제보가 있었는지와 우 전 수석의 역할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민정수석실에서 최씨의 국정농단 관련 자료가 나오고 우 전 수석이 관련 자료를 보고받거나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 등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우 전 수석이 적극적으로 최씨의 국정농단을 지원했거나 사태를 수습하려 했고 이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 혐의도 추가할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재직 당시 민정수석실이 이른바 진보 성향 인사 '찍어내기'에 협조하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들의 인사 조치에 개입한 의혹, CJ에 대한 '표적 조사'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인사에 관여한 의혹 등도 받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2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우 전 수석이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준호 기자 junho-kim@lawtv.kr

하지만 검찰이 직접 청와대 경내를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라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은 만큼 실효성 있는 자료 확보가 가능하겠느냐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는 군사상 비밀 유지나 보안이 필요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앞서 검찰이 1기 특수본 때인 지난해 10월 29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공무상 비밀과 군사 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고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지난달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 측이 같은 이유로 경내 진입을 불허해 5시간 동안 연풍문 앞에서 대치하다 철수했다. 특검은 "우 전수석이 직무와 관련해 내린 지시사항이나 보고받은 내용 등 관련 문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수사에 걸림돌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검찰은 1기 특수본 수사 당시인 지난해 11월 23일 민정수석실 산하 창성동 특별감찰관실을 직접 압수수색했다. 창성동 특별감찰관실은 청와대 경내 밖에 있어 검찰의 직접 압수수색이 가능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의혹을 조사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형, 어디 아파"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이 특별감찰관은 사표를 냈고 특별감찰관실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박영수 특검은 특검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데 대해 영장을 보강해 재청구했다면 "100% 구속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고, "검찰이 잘 수사할 거라고 믿는다"며 공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신병 처리를 결정하는 대로 우 전 수석을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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