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이 후보자 28일쯤 취임할 듯
법사위원들, 다운계약서 작성 등 자질과 도덕성 집중 검증
친일파 후손 변호 등 논란에 "법적 판단 받아보고 싶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이선애(50)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 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법사위가 이날 신속하게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헌재가 현재의 '7인 체제'로 운영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13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정미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았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부동산 다운 계약서 작성과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친일파 후손 변호 전력 등이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엄중한 시기에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내정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과 소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준호 기자 junho-kim@lawtv.kr

부동산 거래 '다운계약' 인정 "부동산 중개업소에 맡겼다"

이선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이전에 불거진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을 시인했다.

이 후보자는 "반포동 아파트를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했다"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소에 맡겼고, 당시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운계약서 작성을 시인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는 "아파트를 팔 때 실제 차익보다 더 많은 양도소득세를 냈다"며 다운계약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부적절한 답이었던 것 같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변명만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선총독부 참위 지낸 박필병 후손 소송대리 논란... "법적 판단 받아보고 싶었다"

이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친일파 후손의 사건을 변호한 것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942~1944년 조선총독부 참위를 지낸  박필병의 후손이 제기한 소송을 대리한 배경과 경위 등을 따져 물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박필병을 친일 행위자로 결정하자 그의 후손들이 승복할 수 없다며 해당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이 후보자가 이 소송을 대리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박필병 후손이 대법원까지 판결을 받아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며 "법적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당시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위헌성을 띤다"며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특별법은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도 패소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났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위헌성 주장이 봉쇄되지는 않는다"며 "적어도 당시 (헌재 결정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참위로 활동한 사실만으로 반민족 행위를 했다고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특별법 전체의 취지를 봤을 때 직위만이 아니라 구체적 친일 행위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최종심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법리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까지 가서 결론을 받았는데 지금은 법원의 결정에 승복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개인적으로 (박필병은) 친일파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분명히 친일파를 싫어한다. 친일파에 대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소정의 불이익 조치를 줘야 한다는 점에 전혀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도가니법 제정 취지는 공감... 위헌소송 낸 것은 헌재 판단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

이 후보자가 이른바 '도가니법' 위헌 소송에 참여한 것도 논란이 됐다.

도가니법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인 학생 학대와 성폭행 사건 이후 사회복지법인 운영 실태 등을 감시하기 위해 외부 추천 이사와 감사를 선임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사회복지법인 등이 제기한 도가니법 위헌 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도가니법에 반대하는 위헌 소송을 맡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사회복지법인 입장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고 싶었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이 재판에서도 패소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한다"며 "도가니법이 만들어진 취지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여상규 바른정당 의원은 "보수와 진보 중 어디냐"고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저를 중도보수라고 쓴 언론을 보았다"며 "어떤 사안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진보적 입장을 가진 복합적 존재라고 파악한다"고 예봉을 비켜갔다.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여론 따른 탄핵심판 아니다... 승복해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민주화 이후 사법부의 독립"

이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는 국민도 우리 국민이고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국민도 우리 국민"이라며 "헌재 결정을 비판할 수 있지만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재판관 8명 전원의 찬성으로 탄핵이 인용된 것이 여론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여론에) 귀를 기울이되 판단에서는 여론을 기준으로 삼은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헌재의 결정은) 여론이 많고 적음에 따라 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 것"이라며 "이미 내린 헌재 결정문에 대해선 존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사법부 독립에 대한 소신을 묻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현재 사법부의 독립은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과 별도로, 여론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만큼 강단 있고 소신 있게 헌법과 법률에 맞춰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게 민주화 이후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체적 행적이 '여성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라는 박 전 대통령 측 주장과 관련된 질문에 이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대통령 자리에 있다면 생명권을 포함한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수호할 의무가 있다"며 "그것이 업무시간 중이라 한다면 국민이 그동안 대통령이 뭘 했느냐고 묻는 것에 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다만 참사 당일 행적이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해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4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준호 기자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헌법재판은 실질적 법치주의를 담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헌법재판을 구동시키는 원동력은 균형감각"이라며 "균형감각과 개방적인 사고로 우리 헌법질서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헌법재판의 주요한 기능이 사회 내의 다양한 의견과 갈등을 헌법의 기본원리와 이념에 따라 조율해 바람직한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며 "열심히 연구하고 고민하겠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가 채택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27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서명하면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에 정식 임명된다. 이 후보자는 28일쯤 헌재에서 취임식을 하고, 6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에 임명되면 여성으로서는 전효숙, 이정미 전 재판관에 이어 역대 세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 된다.

헌재도 7인 체제에서 벗어나 8인 체제로 다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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