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취임부터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기까지 '4년 24일'
'메시지' 예고했으나 사과, 혐의 인정 여부 등 없이 '29자 입장'만 밝혀

 

 

[리포트]

2017년 3월 21일 오전 9시 15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나섭니다.

“많이들 오셨네요.”

지지자들을 향해 한마디를 남기고 박 전 대통령은 바로 차에 오릅니다.

선정릉역을 돌아 테헤란로를 통해 서초역을 거쳐 서울중앙지검까지.

오전 9시 23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으로는 네 번째입니다.

차에서 내려 잠깐 웃는 모습을 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내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직도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이 터져 나왔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29 자’ 입장만을 밝히고 바로 청사로 들어갑니다.

삼성동 사저에서 검찰 포토라인까지,

8분이 걸렸습니다.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접수됩니다.

국회 의결서에 적시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는 헌법 위배 행위 5개와 법률 위배 행위 9개, 합해서 14개입니다.

헌재는 이를 최순실 등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세월호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및 법률 위배행위 등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합니다.

이후 16차례의 변론과 국회, 대통령 양 측의 최후 변론.

연일 이어지는 헌법재판관 8인의 평의.

숨가쁘게 달린 헌재는 2017년 3월 10일,

8인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선고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 3월 10일]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대통령 파면에서 검찰 포토라인까지,

11일이 걸렸습니다.

2016년 12월 21일,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현판식을 열고 공식 수사를 개시합니다.

삼성 뇌물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직권남용,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나라를 뒤흔든 굵직한 국정농단 사건들이 특검의 칼날 위에 오릅니다.

국민연금공단 등 압수수색만 46차례.

‘비선 실세’ 최순실을 시작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구속됩니다.

백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입니다.

특검은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을 다시 청구해 433억원대 뇌물공여 혐의로 끝내는 이 부회장을 구속해 기소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수사 지점들이 가리키고 있던 곳은 단 한 곳.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뇌물을 받아냈다는 겁니다.

[박영수 특별검사/ 3월 6일]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 대상은 국가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고리인 정경유착입니다. 국론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국정농단 사실이 조각조각 밝혀져야 하고 정경유착의 실상이 국민 앞에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박영수 특검팀의 공식 수사 개시부터 박 전 대통령의 검찰 포토라인까지,

91일이 걸렸습니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유독 한 사람에게만 집중됩니다.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입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보고, 정부·민간 가릴 것 없이 맘에 들면 임명하고 맘에 안들면 자르고,

그 와중에 내로라하는 재벌들에서 수십억, 수백억원씩을 받아 챙깁니다.

그야말로 ‘순실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박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 13개 혐의의 피의자.

오늘 박 전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대통령 취임에서 검찰 포토라인까지,

꼭 4년 24일이 걸렸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오늘이 아마 생애 가장 긴 하루가 될 것입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재소환하지 않고 오늘 한 차례 대면조사를 마지막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법률방송뉴스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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