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에 임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자세...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그리고 박근혜
검찰 조사에 임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자세...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그리고 박근혜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7.03.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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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노태우, 조사 자체 '거부' 전두환, '적극 해명' 노무현...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검찰 조사를 받는 네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을 거부하다 구속돼 교도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들의 검찰 조사 형태를 보면 대통령의 성격과 스타일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들 되돌아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검찰 청사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최초 검찰 소환 노태우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조사실에선 '모르쇠'로 일관  

1995년 11월 1일 오전 9시 45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섰다. 반란과 내란중요임무종사, 상관살해미수, 뇌물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었다.

포토라인에 서서 주위를 돌아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노 전 대통령에게 "한 말씀만 해주시라"는 취재진의 말이 쏟아진다.

취재진의 거듭된 요구에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청사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 옆에는 대통령 사정수석비서관을 지냈던 김유후 변호사가 있었다. 

본격 조사에 앞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당시 안강민 대검 중수부장과 이정수 수사기획관이 티타임을 갖고 대추차를 내놨다.

13분가량의 티타임, 안 중수부장은 "나라를 위해 깊이 생각하시고 결심하셔서 혼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사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고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쿠데타에 대한 법적인 평가는 사실상 끝났고, 이날 조사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이 이른바 '통치 자금'으로 조성했다는 5천억원의 비자금.

오전 10시쯤부터 대검 청사 11층 중수부 VIP 특별조사실에서 조사가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은 문영호 중수2과장과 김진태 검사가 맡았다.

신문은 날카로우면서도 집요했다. 노 전 대통령은 "모릅니다"와 "말 못하겠습니다"로 일관했다.

"5천억원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밝혀달라"는 검찰의 질문에 "일국의 대통령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한 사람인데 그런 실무적인 부분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냐"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 간간이 고성이 조사실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조사는 16시간 가까이 이어져 다음날 새벽 2시 반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검찰은 2주일 후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해 밤샘 조사를 벌인 끝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1996년 8월 26일 1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2년6월에 추징금 2천838억 9천6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듬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추징금 2천628억원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국민 대화합을 이유로 특별 사면됐다.

 

'골목 성명' 발표한 전두환... "검찰 소환 및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 않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혐의는 '50년 친구'이자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혐의보다 더 중했다. 반란과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상관살해미수, 뇌물 등의 피의자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검찰이 1995년 12월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소환을 통보하자 전 전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사저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로 이미 종결된 사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 하고 있다. 이는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이 성명 내용이었다.

골목 성명을 발표한 전 전 대통령은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고향 합천으로 내려가 버린다.

검찰은 즉각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합천에서 전 전 대통령을 체포해 안양교도소로 압송했다.

안양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후에도 전 전 대통령은 "제5공화국 정통성을 수호하겠다"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끝까지 '저항'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 및 추징금 2천259억5천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기징역에 추징금 2천205억원을 확정 판결했다.

전 전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완납한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1천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안내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는데 어떻게 추징금을 내냐"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된다.

 

"가족과 측근이 돈 받은 사실 몰랐다" 적극 해명 노무현... 신문조서 3시간 검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 관련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2009년 4월 30일 대검 포토라인에 섰다. 뇌물 혐의 액수는 600만 달러.

사저가 있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까지 360km를 청와대 경호실이 준비한 42인승 버스를 타고 왔다.

검찰은 거리 등을 고려해 헬기로 이동할 것을 권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봉하마을을 떠난 지 5시간 20분 정도 지난 오후 1시 20분쯤 노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는 대검 청사에 도착했다.

대검 청사 본관 앞에서 내린 노 전 대통령은 "면목이 없다"는 발언과 관련해 "왜 면목이 없다고 말씀하셨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면목이 없는 일이죠" 라고 답했다. 기자들이 재차 "심경 한말씀 해달라"고 요청하자 "다음에 하시죠"라는 말을 남기고 청사로 들어갔다.

조사는 대검 중수부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진행됐다.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대상에 오른 당시 우병우 중수1과장과 혐의별로 담당 검사 3명이 돌아가며 맡았다.

판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 내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가족과 측근이 돈을 받은 사실은 본인은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적극 해명했다.

조사는 13시간가량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은 A4용지 80쪽이 넘는 분량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3시간 가까이 꼼꼼히 검토한 뒤 이튿날 새벽 2시 10분쯤 서명 날인했다.

청사 밖으로 나온 노 전 대통령은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최선을 다해 (조사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한 뒤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얼마 후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중단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모두 13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국민 담화와 언론 인터뷰,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자신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엮어도 너무 엮은 것"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는 말이 이번 사태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내준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출두를 하루 앞둔 20일 변호인단과 삼성동 사저에서 6시간가량 변론 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검찰 수사엔 임하면서도 '모르쇠' 부인 전략으로 일관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아예 검찰 수사 자체를 거부하며 '저항'한 전두환 전 대통령,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어떤 전략을 쓸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내일 오전 9시 30분 검찰에 출석한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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