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의 상속을 피하기 위한 필수 절차 두 가지

조태욱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지난 회에는 누가, 얼마나 상속받는지에 대한 상속의 일반원칙과 대습상속, 태아의 상속권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회에는 채무의 상속을 피하기 위한 필수 절차인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와 더불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채무의 상속을 피하기 위한 제도로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재산이든 빚이든 무조건 포기하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상속받을 재산을 한도로만 채무도 상속받는 것입니다. 재산이 많으면 상속을 받고, 빚이 많으면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주의할 점은 상속포기든 한정승인이든 반드시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으로 의제되어 채무까지 떠안아야 합니다. 반드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2002년 민법 개정으로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비상구가 마련되었으나,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상속인이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주의를 요합니다.

참고로 상속포기는 상속 개시 이전에는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아무리 ‘나는 나중에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였다고 하여도 효력이 없습니다.

추가적으로 상속포기에서 반드시 주의할 점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로 후순위 상속인에게 상속권이 생긴다, 즉 후순위 상속인에게 채무가 상속된다는 점입니다.

내가 상속을 포기하면, 나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부모님에게, 부모님도 포기하면 사망자의 형제자매(즉, 나를 기준으로 삼촌과 고모)에게, 이 분들도 모두 포기하면 사망자의 4촌 이내 방계혈족에게까지 채무가 상속된다는 것입니다.

4촌이내 방계혈족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즘 세태에 비추어 볼 때, 막연히 상속을 포기하다보면 평생 얼굴도 못 본 사람에게 채무가 상속될 수 있고,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처럼 황당하게 채무를 상속받는 경우라면, 위에서 알려드린 바와 같이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해서 채무의 상속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곳에서 채무 독촉이 들어온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3개월 이내에 조치를 취해야 하고, 3개월이 지나는 경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돈을 대신 변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러한 상속포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정승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순위 상속인에게 가급적이면 상속포기보다는 한정승인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1순위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나머지는 전부 상속을 포기하면 1인만 한정승인하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상속포기를 통한 연쇄적인 채무의 상속을 1순위 상속인 단계에서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사안은 이렇습니다(대법원 2014다39824).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배우자와 자녀(1순위 상속인)가 채무의 상속을 피하기 위하여 상속을 포기하여, 채무는 할머니(사망자의 모친, 2순위 상속인)에게 상속되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할머니가 사망하였는데, 처음 상속을 포기한 배우자와 자녀는 이미 상속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다시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우 대법원은 배우자와 자녀는 할머니의 채무를 다시 상속하였기 때문에 할머니의 채무를 상속한 것에 대하여 별도로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면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위 사안에서 처음 1순위 상속인이었던 배우자와 자녀가 처음부터 상속포기가 아닌 한정승인을 하여 채무가 할머니에게 상속되지 않도록 하였다면 아버지의 채무를 변제할 일은 없었을 것인 바,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물론 할머니의 사망 후 3개월 이내에 새로이 상속포기를 하거나 한정승인을 하였어도 채무의 상속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한번 상속을 포기하였다고 하여도 뜻하지 않게 다시 그 채무를 상속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바, 반드시 주의를 요합니다.

상속과 같은 복잡한 법률분쟁의 해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 조태욱 ·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