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소회 밝혀 사상 최연소·여성·비서울대 헌법재판관으로 6년... 아름다운 퇴장 탄핵심판 당일 '헤어 롤' 해프닝으로 SNS에서 '롤 모델' 되기도

[리포트]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오늘 6년 간의 헌재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를 내린 지 사흘 만입니다.

대통령 파면에 대해 이 권한대행은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중국 고전 '한비자'를 인용하며, 이번 고통이 더 나은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 될 거라는 믿음을 밝혔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1987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정미 권한대행은 2011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49살, 사상 최연소에 여자 재판관, 거기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 아닌 헌재 재판관.

이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6년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다 다룬 사건도 통합진보당 해산, ‘김영란법’ 합헌, 간통제 합헌 결정 등. 하나하나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무게와 파장을 가진 판결들입니다.

[이정미 권한대행]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부족한 저에게 참으로 막중하고 무거웠습니다. 고요롭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가운데였습니다. 또한 여성 재판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여성이 기대하는 바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르고 좋은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저의 그런 고민이 좋은 결정으로서 열매 맺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정미 재판관은 지난 1월 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뒤를 이어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취임하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휘합니다.

이 권한대행은 부드럽게 하지만 때로는 단호하게 재판을 지휘했고, 이 과정에 "헌재가 국회 대리인이냐"는 등 대통령 측의 거듭되는 막말에 급기야 ‘뒷목을 잡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김평우 변호사/ 대통령 대리인단]

"법관은 약자를 생각하는 게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오해에 따라서는 (재판관이) 청구인(국회)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거예요."

[이정미 권한대행]

"피처구인(대통령) 대리인께서 말씀하신 이후에는 절차에 대해서 특별한 이의가 없으셨습니다. 그만큼 저희 재판이 공정하게 또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진행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는 것은 이 법정에 계신 청구인 대리인이나 피청구인 대리인 그리고 방청객 여러분, 온 국민이 지금 동영상으로 다 보시고 계십니다."

해프닝의 압권은 지난 10일 탄핵심판 선고 당일, 이 권한대행이 머리에 ‘헤어 롤’ 두 개를 달고 출근한 겁니다.

이날 헌재의 8:0 전원일치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인터넷에선 ‘이 권한대행이 헤어 롤 두 개로 8:0 파면을 암시한 거다’, ‘(헤어 롤 2개는) 인용이란 두 글자의 초성(ㅇ)이었다’는 식의 글과 사진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시민 정규호(20)씨]

“의도하고 나온 것 같거든요. '머리 롤'로 세월호 때도 박근혜 대통령이 머리 단장으로 늦게 나온 것을 비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바쁜 와중에도 자기는 이렇게 나왔다는 걸 어필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촛불집회에 일부러 헤어 롤을 달고 나온 참가자가 있었는가 하면, SNS에선 관련 패러디 사진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헤어 롤에 착안해 ‘이정미는 우리의 롤 모델’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권한대행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인기 스타’가 됐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해석’과 이 권한대행의 인기는 ‘법과 상식에 근거한 정의’에 목말랐던 시민들의 감정이 이 권한대행에 투영돼 일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 회장]

“헌법재판소가 헌법 10조에 있듯이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그것을 토대로 행복추구권을 충족시켜 가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자세로 나가면 더욱더 국민들이 성원하고...”

오늘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으로 헌재는 이제 최선임인 김이수 재판관을 권한대행으로 선출해 당분간 ‘7인 재판관 체제’로 운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헌재에 접수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현재 모두 840건이 넘습니다.

헌법 최고재판소이자 헌법 수호의 보루로 헌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숨가쁘고 막중합니다.

법률방송뉴스 김소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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