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 '파면' 선고 "최순실 사익 위해 권한과 지위 남용... 중대한 법 위배" 헌재 "오늘 선고가 화합과 치유의 길로 가는 밑거름 되기를"

[리포트]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당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겁니다.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가 헌재에 접수된 지 92일 만입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고자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게 만든 건 대통령의 40년 지기 ‘비선 실세 최순실’ 이었습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 등을 시켜 대기업들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수백억원을 지원케 한 점, 최순실이 추천한 고위 공직자들이 최순실의 이권 추구를 도운 점 등,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법위반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지에 대해서도 헌재는 명확하게 ‘그렇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는 등, 헌법기관이나 언론에 의한 견제나 감시 장치가 작동되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을 엄중하게 비판했습니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고 오히려 비난한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입니다.

헌재는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한 점을 콕 집어 지적했습니다.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정기관 수사를 피해 보려던 ‘꼼수’가 스스로 박 전 대통령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보수에서 진보까지 이념도 성향도 다른 재판관 8인이 전원일치로 탄핵에 찬성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분란과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종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고심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헌재는 “오늘 선고가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특히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엄격한 보수 인사인 안창호 재판관은 따로 ‘보충 의견’을 내서 이날 선고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또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판결에도 탄핵 반대 단체나 시민들은 “헌재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극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헌재를 박살내자” “피로써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등의 과격한 구호와 발언을 쏟아내며 헌재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막는 경찰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 경찰이나 취재진을 향한 욕설과 폭행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충돌이 격화되면서 수십 명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60대와 70대 남성 두 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체로 찬반 여부를 떠나 헌재 결정이 나온 만큼 승복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상원(50)]

“다른 법리사항은 제쳐두고라도 헌법적 부분이 위배됐기 때문에 탄핵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김정도(26)]

“탄핵 뿐만 아니라 이후에 한국사회의 많은 부정부패들이 그런 것들이 일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대통령 대리인단도“박 대통령이 파면될 사유가 있는지 의심된다”며 헌재 결정에 반발하면서도, “후일 엄정한 판례 평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해 헌재 결정을 사실상 수용했습니다.

[서석구 변호사 / 대통령 대리인단]

“그때 이미 (헌재가) 무더기로 증거 신청을 기각할 때 이미 그와 같이 (탄핵 인용) 결론이 나와 있는 상태가 아니겠느냐...“

파면된 박 전 대통령 앞엔 이제 뇌물 등 13개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라는 더 험난한 가시밭길이 남았습니다.

검찰 소환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강제조사’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이젠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검찰 입장에서도 특검 이상의 수사 성과를 내야하는 압박과 부담이 있는데다, 더 이상 눈치를 볼 이유도 없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통화기록과 금융거래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될 수도 있고, 수사 경과에 따라 체포 또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헌재의 전원일치 파면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에서 끌어내린 최순실 국정농단 등과 관련해 이젠 검찰 조사를 피할 명분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사실상 모두 사라졌습니다.

법률방송뉴스 김소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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