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의 두 고리는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재벌, 피해자 아니다"
"이렇게 나라를 개선해야... 수사 마무리 못해 죄송하다" 안타까움 내비쳐

박영수 특별검사가 특검팀이 구속 기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뇌물' 관련 재판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 대해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공소 유지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 특검은 3일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수사는 손을 뗐지만 재판이 남았다. 앞으로 전개될 삼성 재판이나 블랙리스트 재판은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두게 될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희도 단단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후 기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박 특검은 "수사 못지않게 재판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 등에 대해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3일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특검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사건'의 본질을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두 갈래로 규정하고 수사도 이에 입각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최순실 사건은 큰 두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최순실이) 대통령을 팔아 국정농단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유착"이라며 "삼성이나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행위를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안 봤다"고 강조했다.

삼성, SK 등 최순실씨 관련 재단에 지원금을 전달한 대기업들을 박근혜 대통령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강요나 압박에 의한 피해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 검찰과 달리, 처음부터 이 부회장 등을 뇌물죄 피의자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는 뜻이다.

박 특검은 "최순실의 입장에서도 기존에 있던 정경유착을 활용한 셈"이라며 "이제는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고, 정부에서 뭐라고 해도 정당하지 않으면 안하겠다고 하니, 이렇게 나라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특검 수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 특검은 삼성 외에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재벌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지 못한 데 대해 "우병우, SK, 롯데라든지 (의혹을) 밝혀서 특검으로서 최소한의 소임을 다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 국민에게 참 죄송하다"며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표했다.

박 특검은 그러면서 "재벌 사건은 이미 틀을 다 만들어 놓았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의견 차이가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재벌들을 박 대통령의 강요나 압박에 의해 미르재단 등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준 피해자로 본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향후 조사 과정에서는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처럼 뇌물죄 피의자로 보고 수사해 줬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피력한 것이다.

박 특검은 삼성 수사와 관련해 최대 난관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던 것을 꼽았다.

박 특검은 "경제 논리를 앞세우면 법이 밀릴 때가 있다"는 말로 대기업, 특히 재벌 총수 수사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하면서 "제가 이상하게 재계 하고 사이가 좋지 않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특검은 "전 기업을 다 (수사) 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대표적으로 몇몇 기업에는 경종을 울리게 해야지, 이런 취지에서 접근한 것" 이라며 "재계 전반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씨가 특검에 강제 구인되면서 기자들을 향해 "억울하다.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외치는 등 일부에서 제기된 강압수사 논란에 대해 박 특검은 "특검 수사를 너무 거칠다고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정말 억울하다"며 "그런 말 안 들으려고 오히려 특별검사답게 수사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특검이 지난달 28일 기소한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이영훈)에 배당됐다.

당초 이 부회장 사건은 법원의 무작위 전산 배당 시스템에 따라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조의연)에 배당됐지만, 조의연 재판장이 이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사유로 인해 재판부가 바뀌었다.

형사합의21부 재판장으로 인사 발령이 나기 직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근무할 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조 부장판사는 법원에 사건 재배당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형사합의 33부로 재배당이 이뤄졌다.

형사합의33부는 지난달 20일 자로 신설된 재판부로, 현재 담당한 주요 사건이 없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주력하면서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인 이영훈(47·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법원행정처 형사정책심의관과 형사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형사재판에 정통한 법관이다.

삼성 측은 특검 수사 단계에서 호흡을 맞춘 법무법인 태평양이 그대로 이 부회장에 대한 변호를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처음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은 '국가정책 판단과 집행은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했지만 그것이 범죄는 아니다'는 주장을 펴 향후 특검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와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에서 검사를 8명이나 잔류시켜줘서 이들과 특검보들, 특별수사관들이 힘을 합쳐 재판에 대비할 것"이라며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 반드시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각오를 다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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