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은 구속 사유에 주목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만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지난 2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공식 수사가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미 지난 1월 16일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대가로 최순실 측을 지원한 점을 핵심 의혹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당시 조의연 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특검은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면에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쪽으로 혐의를 두었고, 영장 청구를 위한 결정적 물증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제시하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혐의도 추가하여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히며, 사상 최장의 7시간10분의 숙고 끝에 결국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논평이 계속적으로 나왔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구속까지 했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제1항에서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①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②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고 구속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에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인 구속 사유에 대해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판사마다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이며, 추가 혐의와 증거가 제출될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실무상 변호인으로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갈 경우에도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에 대해 모든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구속까지는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도 있고, 구속영장이 나올 것 같은 경우에도 여러 사유들이 참작되어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단순히 판사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치부한다거나, 국민 법감정과 여론에 휩쓸린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기업하려는 의욕이 떨어져 결국 한국경제 전반에 손실을 끼칠 것이란 지적, 대한민국 대표 기업에 대한 이미지나 신뢰 추락이 가져올 파장을 걱정하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점들이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영향을 끼친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흔히들 말하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기본적 전제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1위 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구속된 것은 분명 충격적인 사건일 수는 있을 것이지만,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유죄가 무죄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며, 재벌 총수라고 해서 무죄를 유죄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특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제시되었고, 판사의 판단에 따라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면 구속영장 발부는 문제가 없는 것이고, 이에 따른 구속 집행에 대해 불복한다면 구속적부심 등 불복 절차를 통해 다툴 수도 있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재판을 통해 혐의를 다투면 될 것이다.
따라서 삼성가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되었다는 점이 부각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었고, 어떠한 구속 사유로 인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만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것이다.
구속영장실질심사와 일반 재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사실 확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범죄혐의 사실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사의 편의와 필요성을 위한 구속 여부가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제는 모든 혐의의 유무를 법정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법원의 다음 행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할 것이다. /유승백 · 백승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