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첫 재판... 모두 "법적 책임은 없다" 주장 김기춘 "종북세력 장악한 문화계 바로잡는 정상적 업무 수행" 조윤선 "블랙리스트 기획과 집행, 의사결정에 관여 안했다"

[리포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김 전 실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에 불이익을 주고, 이 과정에 걸림돌이 된 문체부 고위 공무원의 인사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김 전 실장 등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직권남용, 협박, 강요 등 관련 혐의를 각자 부인했습니다.

김 전 실장 등의 핵심 논리는 “특검의 공소사실이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률상 범죄로 인정될 사실을 찾기 어렵다“는 것.

한마디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했지만, 범죄는 아니다’는 주장입니다.

가장 세게 나간 사람은 역시 김기춘 전 실장이었습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한 것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종북 세력이 15년 간 장악해온 문화계”를 정상으로 바로잡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으로, “정책적 판단과 실행은 범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면서 특검 공소장에 적시된 김 전 실장의 혐의에 대해 “추상적이어서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며, “김 전 실장의 어떤 행위가 범죄라는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특검을 압박했습니다.

나아가 김 전 실장 측은 “직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은 특검”이라며, “구속돼야 할 사람은 김기춘이 아닌 특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조윤선 전 장관은 부인과 읍소, 양면 작전을 썼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우선 “블랙리스트의 전체 기획과 집행,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체 그림’을 짜고 실행하는 데 주도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면서 “수석과 장관으로서 관련 사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며, “헌법과 역사 앞에 반성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도덕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지만, 뒤집어 보면 본인 잘못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교육문화체육비서관 등도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직책과 직무상 어쩔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김 전 수석 등,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사람은 주도한 사람대로, 지시를 받은 사람은 받은 사람대로, 모두 ‘죄를 짓지 않았다’고 주장한 겁니다.

재판 첫날부터 김 전 실장 등 모든 피고인은 범죄 성립 유무와 관여 정도, 책임 유무 등을 놓고

‘각자도생’ 식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향후 특검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습니다.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3월 15일로 잡혀 있습니다.

법률방송뉴스 김소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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