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이냐 기각이냐... 헌재 "27일 최종 변론, 3월 13일 이전 결정하겠다"

[리포트]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시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유는 모두 13개.

헌재는 이 13개를 5개 유형으로 추려 압축했습니다.

최순실 등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을 필두로,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 자유 침해, 세월호 관련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및 법률 위배행위 등 이 다섯 가지입니다.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엄중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탄핵소추 의결서가 전달되고 처음 열린 제1차 변론에서 꺼내든 화두도 ‘엄격’과 ‘공정’이었습니다.

박 당시 헌재소장은 “이 사건이 우리 헌법질서에서 가지는 엄중한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 며 “‘지극히 공정하고 바르다’는 뜻의 ‘대공지정’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여 심리할 것“이라고 심판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습니다.

9인 체제로 운영되는 헌재 탄핵심판에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이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재판관 9명에서 8인 체제로 바뀐 겁니다.

예정된 변수긴 하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탄핵심판은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인용됩니다.

탄핵심판이 기각되려면 기존엔 4명 이상이 반대해야 하는데, 3명만 반대하면 기각되는 ‘묘한’ 상황이 된 겁니다. 

거기다 이정미 현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 일은 3월 13일입니다.

심리 진행 상황에 따라 자칫 재판관 7명이 탄핵심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통령 측과 국회 측 모두 심판 결정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 3월 13일 이전엔 기각이냐 인용이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박 당시 헌재소장은 퇴임 전 자신이 주관한 마지막 탄핵심판 변론에서 "심판 정족수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7명의 재판관만으로 심리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이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되어야 할 것" 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탄핵심판의 정당성 훼손을 우려한 원론적 발언이지만, 대통령 측으로부터 두고두고 심판의 ‘공정성’을 공격당하는 빌미가 됩니다.

5개의 탄핵 사유를 둘러싼 국회 측과 대통령 측은 초반부터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습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헌법준수의무 조항 등을 위반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해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뇌물을 받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헌법적 관점에서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잃었으니 박 대통령의 대통령 직을 헌재가 박탈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국회가 박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이 대통령 탄핵심판을 가결했다고 맞받았습니다.

재판을 통해 박 대통령의 혐의가 유죄로 입증된 것이 없는데, 언론 보도 등을 가지고 심증만으로 ‘원님 재판’을 하면 안된다고 헌재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측은 최씨와 박 대통령이 ‘경제 공동체’라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등 관련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했습니다.

2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됩니다.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 피의자로 적시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대통령 측은 크게 출렁입니다.

심리가 막바지에 이를수록 쫒기는 입장이 된 대통령 측은 일단 세불리기로 몸집을 키웁니다.

처음 9명으로 시작했던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정기승 전 대법관, 대한 변협 회장 출신인 김평우 변호사 등이 합류하면서 18명으로 늘어납니다.

대응도 탄핵심판 일정을 최대한 늦추는 쪽으로 집중합니다.

부르기로 한 증인을 또 부르거나, 무더기로 새로 증인 신청을 하거나 수천 개에 이르는 고영태 녹취파일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어떡하든 3월 13일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한 뒤인 7인 재판관 체제에서 결정을 받겠다는 계산입니다.

헌재는 그러나 ‘본질과 관계없다’며 대통령 측 요구를 대부분 기각하고, 이른바 ‘속도전’으로 나갑니다.

그러면서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인 3월 13일 전에는 결정을 짓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합니다.

[권성동 소추위원장/ 2017년 2월 1일]

"만에 하나 3월 13일 전에는 탄핵심판이 종료될 것을 원하고 있고,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세상 일이라는 건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판은 국회 측과 대통령 측의 다툼이 아닌, 마치 헌재와 대통령 측의 대결 같은 모양새로 바뀝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대심판정에서 태극기를 펼치는 등 돌출행동과 기행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압권은 22일 제16차 변론입니다.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재판을 편파적으로 한다”며 “국회 수석 대변인 같다” 는 등의 인신공격 발언을 하는가 하면, 재판부를 향해선 “탄핵이 인용됐는데 박 대통령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내란이 일어나 아스팔트가 피로 물든다“ 는 협박성 발언까지 공공연히 내놓습니다.

국회 측 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에겐 “섞어찌개 탄핵소추장으로 동료 의원들을 속였다” 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붇습니다.

그만큼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지만, 대한 변협은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하고 전임 회장을 지낸 김평우 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16차 변론이 열리는 동안 36명의 증인이 채택됐고, 이 가운데 26명이 실제 헌재에 나와 신문을 받았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엔 4명의 증인이 채택돼 3명이 증언한 것과 비교하면 8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쉼없이 달려온 지난 78일.

일단 지난 22일 16차 변론을 끝으로 증인신문은 모두 끝났습니다.

헌재는 대통령 측에 26일까지는 대통령 출석 여부를 확정해 통보해 줄 것을 주문했고, 박 대통령 출석 여부에 관계없이 27일 최종 변론을 열어 이날 변론을 종료할 방침입니다.

이후 2주 가량 ‘재판관 평의’를 열어 기각이냐 인용이냐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이 3월 13일인 점을 감안하면 선고는 3월 10일, 또는 3월 13일 오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 전에 스스로 하야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대통령 출석 여부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절차상 이제 남은 건 27일 최종변론과 재판관 회의, 그리고 선고입니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이냐 인용이냐,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한민국은 헌재 판단에 따라 다시 한번 엄청난 격랑을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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