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사실 소명 정도,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 여지 볼 때 구속 어렵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도 부정적 영향... 수사기간 연장 요구도 힘 잃을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끝에 22일 오전 1시 10분쯤 기각 결정을 내렸다.

오 부장판사는 “영장 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공식 수사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특검 수사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영장실질심사 후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만 직권남용,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가지이고,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 횡령 의혹 등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검 입장에서는 우 전 수석에 대해 남은 수사기간 동안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 한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도 개시하지 못하고 끝을 맺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4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실질심사에서 5시간 20분 동안 공방을 벌였음에도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방조하거나 묵인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특검이 남은 기간 보강 수사를 거쳐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 보고 있다.

남아있는 의혹은 특검이 검찰에 자료를 넘기면 서울중앙지검이 인계받아 수사하게 된다.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특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을 구속 수사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압박하려던 특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3주 간 이 부회장의 뇌물죄 입증에 수사력을 쏟아부은 특검은 결국 이 부회장을 구속했지만 우 전 수석 등 다른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됐다. 여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우 전 수석 소환 조사가 이 부회장 구속 이후에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특검이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서 수사기간 연장 요구 역시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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