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당뇨가 있고 어지럼증이 있어서..." 대통령 대리인단 엉뚱한 발언에
재판부, 대통령 측 추가 증인 및 증거 신청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3월 13일 이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헌재는 20일 열린 탄핵심판 15회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추가 증인 및 증거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불출석 증인들을 직권 취소하는 등 소송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심판 진행의 공정성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2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이중환(가운데) 변호사 등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심 재판관인 강일원 재판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대해 캐물었다.

방 전 행정관은 "재단법인 설립을 기밀이라고 생각했느냐, 아니면 그냥 좋은 뜻으로 인식했느냐"는 질문에 "좋은 뜻인데 기밀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강 재판관은 방 전 행정관의 이 같은 답변을 파고들었다. 방 전 행정관은 결국 "은밀하게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법적 절차를 거쳐서 설립되는 게 아니라 그런 면에서 기밀로 다룬 것 같다"고 말했다.

서기석 재판관도 "(문화, 체육 재단) 설립 검토를 왜 경제수석비서관실에서 하는지 생각 안해봤냐"고 따져 물었다.

방 전 행정관은 "당시엔 특별히 업무영역과 관련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답했지만, 서 재판관은 재차 "출연금을 기업들로부터 받아야 하니까 기업에 영향력이 있는 경제수석실이 나선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방 전 행정관은 "추측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헌재는 이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 대한 증인 신청을 직권으로 철회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고영태는 3차례나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하고 송달을 여러 차례 취소했다"면서 고영태 '녹음 파일'에 대해서도 "이 사건 핵심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건강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두 차례 거부한 김 전 실장과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한 최 차관도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변론을 오후 12시 5분쯤 마치려 했으나 박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추가 변론 시간을 갑작스럽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권한대행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김 변호사는 "제가 당뇨가 있고 어지럼증이 있어 음식을 먹어야겠다"며 "그럴 시간을 줄 수 있느냐"는 등 엉뚱한 발언을 했다.

이 권한대행은 "그 부분은 다음 번에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김 변호사는 "오늘 해야 한다. 오늘 준비를 다 해왔는데 제가 점심을 못 먹더라도 변론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태도에 불쾌한 내색을 내비치며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한다"면서 재차 변론 종결 의사를 밝혔지만, 김 변호사는 "저는 오늘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댜.

그러나 이 권한대행은 "오늘 변론은 여기까지 하겠다"고 말하며 퇴정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12시에 변론을 끝내야 하는 법칙이 있냐.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냐"며 큰 소리로 항의했지만 재판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공정성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재판부의 심리 진행에 불만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 출석과 신문 여부를 놓고 헌재와 박 대통령 대리인단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헌재 최종 변론은 24일로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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