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혐의 사실과 증거자료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인정"
법원, 핵심 쟁점이던 '대가성' 인정...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 줄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두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했다.

28일로 공식 수사기한이 종료될 예정인 특검팀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수사에 큰 동력을 얻게 됐고, 남은 기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7일 오전 5시 35분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됐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한 판사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인 역할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한 차례 휴정한 뒤 다시 심사가 진행되는 등 이례적으로 긴 시간인 7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법원은 이후 다시 10시간가량을 고민한 끝에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첫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새로운 증거 확보에 나섰고, 결국 두번째 시도에서 법원으로부터 이 부회장 영장의 핵심 쟁점인 ‘대가성’에 대한 인정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 국외도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다.

이 부회장은 2015년 8월 최씨가 독일에 세운 법인 코레스포츠와 213억원대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여원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삼성 계열사가 최씨가 실 소유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대의 출연금을 내고,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여만원을 후원하도록 하는 등 최씨 측에 총 433억원을 뇌물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코레스포츠에 돈을 송금하면서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한 혐의(재산 국외도피)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훈련용 말 여러 마리를 제공하면서 회계처리를 불분명하게 해 수익 처분을 숨기려 한 혐의(범죄수익 은닉)를 새롭게 적용했다.

삼성은 그동안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금 지원을 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부각시켰다. 첫번째 영장심사 당시에도 이같은 논리를 펼쳐 구속을 면할 수 있었다.

두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에도 삼성 측은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사실도, 부정한 청탁도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사를 얻어내는 것을 대가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 배경에 박 대통령이 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신청을 각하 결정하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에서 다시 박 대통령 대면조사 등 수사 전반에 탄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 수수자로 적시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달리, 같은 상황에서 2차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특검이 사실상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반증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측이 대면조사를 계속해서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당초 지난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비공개 대면조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언론에 조사 내용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대통령 측이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특검은 대통령 측과 다시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 부회장 구속은 특검 수사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그동안 “뇌물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영장 기각 사유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변론에 인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영장이 발부되면서 사실상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사이 뇌물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삼성그룹은 창립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이 부회장이 영장심사를 마치고 구치소에 들어간 후 대기하고 있던 삼성 관계자들은 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삼성은 내부적으로 최악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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