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 부회장, 사익 취하기 위해 거액 뇌물... 죄질 무겁다"
삼성 "부정 청탁이나 대가성 없었다... 권력 강요의 피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과 삼성 측이 이례적으로 7시간 30분 동안이나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시작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과 삼성, 양측은 점심도 거르고 오후 6시까지 이 부회장 구속 여부를 놓고 사활을 건 공방을 주고받았다.

오후 3시 30분부터 약 20분 동안 휴정한 것을 감안해도 7시간 넘는 '혈투'를 벌인 셈이다.  통상 영장실질심사가 1~2시간 내에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아주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지난달 18일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첫 영장실질심사가 4시간 정도 진행된 것과 비교해도 거의 2배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그만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7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이날 양재식 특검보를 필두로 대검 중수부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낸 윤석열 수사팀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초대 부장 등을 거치며 '재벌 저승사자'로까지 불리고 있는 한동훈 부장검사 등 특검의 최정예 ‘칼잡이’ 검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의 사익을 취하기 위해 삼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이 부회장의 죄질이 무겁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기존에 적용한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의 혐의 외에 재산 국외도피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재산 국외도피 혐의는 삼성이 최씨가 실소유주인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에 돈을 송금하면서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한 것이다.

또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훈련용 말 여러 마리를 제공한 것과 관련, 회계처리를 불분명하게 해 수익 처분을 숨기려 한 데 대해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정씨에게 제공한 승마 관련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94억원만을 횡령액으로 기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역시 횡령 금액으로 적시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영장이 기각된 이후 지난번에 횡령에 포함되지 않았던 금액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한 결과 자금 지출이 정상적이지 않은 여러 증거를 확인해 횡령금액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 특검보는 또 재산 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관련 계약서 등 여러 부분들이 허위 또는 과장된 것이라는 게 추가 조사로 밝혀졌다”면서 “그런 부분이 영장청구서에 범죄사실로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에 대해 특검이 이번에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했다”며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대가성 있는 자금이라는 특검의 논리를 반박했다.

1차 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삼성과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강압에 따라 지원을 하게 된 ‘피해자’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국내 1위 기업의 총수 구속이 초래할 경영상 공백과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기각해 달라"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인 '부정 청탁'과 '대가성' 여부에 대해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가운데 이날 심사 결과에 따라 특검과 삼성, 양측 중 어느 한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특검은 그동안 일각에서 ‘삼성 특검’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 뇌물 관련 대기업 수사를 삼성에 집중해왔다.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조사 및 혐의 입증과도 직결돼 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10일 최순실씨의 또다른 태블릿PC에서 삼성 지원금에 관한 이메일을 확보, 이틀 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밤샘조사를 벌였다.

이후 나흘 뒤인 지난달 1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19일 영장장실질심사에서 장고 끝에 현재로선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특검은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하고, 10일 정재찬 공정위원장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한 새로운 물증과 진술 확보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관련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새로 입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후 13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또다시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다음날 곧바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17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구속 여부도 함께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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