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자 정식재판 아닌 약식재판 회부 방안도 마련
과태료 액수 기준은 미정… 법원 "참작할 사정 많아"

법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재판을 할 때 신고 내용이 부실할 경우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과태료 재판 절차 안내자료'를 법관들을 대상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에서 과태료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로 구성된 '과태료 재판 연구반'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수차례 내부회의를 거쳐 이 안내자료를 마련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강연회를 통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영란 전 대법관. /연합뉴스

김영란법을 위반한 사람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이 정한 절차에 준해 과태료 재판을 받게 된다. 김영란법 위반 신고가 접수됐을 때,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은 신고 내용을 소속기관에 통보한다. 소속기관은 관련 사실을 조사한 뒤 관할 법원에 결과를 알려야 한다.

소속기관장은 위반자를 법원에 통보할 때 인적사항과 위반 일시 및 장소, 방법 등을 특정한 위반 사실은 물론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판단해 통보한 이유 ▲신고자와 위반자, 목격자 등의 경위서와 면담 조사서 ▲사진, 영상, 영수증 등 객관적 증거자료를 포함한 관계 서류와 증거물 전부를 확보해야 한다.

법원은 이때 소속기관장에 대한 통보 보완 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부실한 심리자료만 제출하고도 소속기관장이 보완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 관계자는 "과태료 재판 절차에서 가능한 모든 심리자료를 확보해 철저히 기록을 검토할 것"이라며 "소속기관장 등 조사기관은 사건 초기 신고자료 수집 등 청탁금지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 등이 규정한 자료수집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반자를 약식 과태료 재판에 회부할 기준도 마련했다.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이 경우 위반자를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재판에 회부하도록 규정했다. 

법원은 우선 ▲위반 사실이 명백해 당사자의 반증이 필요없는 경우 ▲위반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돼 정당한 사유가 없음이 강하게 추정되는 경우 등 과태료 부과가 당연한 사례는 약식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다.

또 ▲과태료 부과 통보가 법령을 위반한 경우 ▲위반 사실을 전혀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이미 형사처벌 또는 징계부과금을 받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경우 등에도 약식재판에 부친다.

다만 이의신청이 들어오거나 약식재판이 적절치 않은 경우 정식 재판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검사나 당사자가 결과에 불복할 경우 즉시 항고할 수 있다.

법원은 과태료 액수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구체적인 재판 사례를 축적한 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수수금지 금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수수금지 위반자'의 과태료 액수와 관련해서는 11월 초순쯤 구체적인 '가중적 고려요소'를 공개할 방침이다.

법원 관계자는 "법률상 과태료 부과는 최대 3천만원에서 수수금지 금품 등의 5배 액수까지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건에서 참작할 사정이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반은 11월까지 과태료 재판 전반을 검토한 뒤 내년 상반기에 실무편람을 발간할 예정이다. 또 과태료 재판의 접수 건수 등의 추이를 살펴 '전국 과태료 사건 재판장 간담회' 개최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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