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최순실)이 믿는 사람이 VIP 하고 나밖에 없어"... 국정농단 정황 담겨
대통령 측 "거짓 폭로와 왜곡" vs 국회 측 "국정농단 증거"... 해석 엇갈려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유가 된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 K 이사와 고씨의 측근이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녹취 파일] 

"소장(최순실)이 믿는 사람이 VIP(대통령) 하고 나밖에 없어. 다른 사람 말은 듣지도 않아.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듣지 않아."

또 다른 대화에선 수백억원대의 대기업 ‘모금 창구’로 쓰인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스스럼없이 드러냅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녹취 파일] 

"내가 (K스포츠재단) 부사무총장 그걸로 아예 들어가야 될 것 같아. 사무총장 자리에다 딴 사람 앉혀 놓고, 뭐 거긴 다 우리가 장악하는 거지."

이 음성 파일은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고씨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입니다.

이런 녹취 파일이 무려 2천 개가 넘습니다.

녹취 파일에는 "헬스장 트레이너를 비서로 꽂아 놨다",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 "대통령이 신임해 봤자다. 최순실 말 한마디면 다 까내는 거다"는 등,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 최씨의 국정농단 행위 등을 언급하는 발언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고씨가 자신에 대한 최씨의 신임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정황과, 최씨를 둘러싼 권력 암투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녹취 파일] 

"차(은택) 감독을 어떻게 날려야 되는 그거를 나한테 핵심을 줘야지."

[최모씨(고영태 측근)]

"내가 만들어 올게, 진짜로. 그 대신 형이 나를 보호해줘야 돼."

이처럼 최순실씨와 주변 인물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른바 ‘고영태 녹취록’ 29개가 오늘 열린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서 증거로 채택됐습니다.

검찰이 확보하고 있던 2천여 개 녹취록 가운데 일부를 헌재에 제출했고, 헌재는 이를 증거 채택한 겁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국회 측과 대통령 측의 해석이 정반대로 엇갈립니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의 단초가 된 고씨의 폭로가 얼마나 악의적인가를 보여준 ‘핵폭탄급 증거’라며 반색입니다.

고씨가 최씨를 등에 업고 개인 이익을 취하려다 무산되자 거짓 폭로와 왜곡으로 최씨는 물론 박 대통령까지 음해했다는 겁니다.

반면 국회 측은 고씨의 개인 비리와 탄핵심판은 별개라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녹취에서 드러난 내용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을 명백하게 뒷받침하는 증거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권성동 의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위원장]

"고영태의 이 사건과 관련된 진술은 안종범이나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증언 그리고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다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29개의 녹취록은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증거이기 때문에…."

고영태 녹취록이 헌재 판단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대통령 측은 녹취록 추가 증거 채택을 요구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중국음식 주문한 것부터,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며 잘라 거부했습니다.

헌재는 한편 오늘 출석을 예고했다가 나오지 않은 안봉근 청와대 전 국정홍보비서관에 대한 증인 채택을 직권 취소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 박 대통령의 행적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행적을 드러낼 핵심 증인이지만, 헌재는 더 이상 심리를 차일피일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통령 측이 새로 요구한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보좌관 등의 증인 신청도 헌재는 “직접적인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이 없다”며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속도전으로 가겠다는 헌재의 의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여러 변수와 돌발 상황을 뚫고 3월 13일 이전 탄핵심판 결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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