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수석,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에 허위진술 종용 정황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K스포츠재단 관계자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4일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구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은 검찰 조사를 전후해 안 전 수석으로부터 '잘 부탁한다', '고맙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정 전 이사장은 '검찰에 출석하는 당일 아침 안 전 수석이 직접 증인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자신을 재단 이사장에 추천하고 해임했다는 사실에 대해 함구했다. 전경련으로부터 이사장 직을 추천받아 스스로 사퇴했다는 내용의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 

정동구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이사장은 이같은 진술 이유에 대해 "안 전 수석이 공격을 받고 있어 저까지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김필승 이사와 상의한 뒤 답변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가 끝난 뒤 정 전 이사장은 김 이사와의 통화에서 상의한 대로 진술했다는 사실을 전달했고, 이날 안 전 수석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고 진술했다. 정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 고맙다, 고생했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기억나느냐'는 검찰 질문에 "고맙다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고 답했다. 정 전 이사장은 "원하는 대로 답변해 준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이사장은 또 안 전 수석이 직접 '남북 스포츠 교류와 한국스포츠 홍보를 맡을 재단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해 K스포츠재단 이사장 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대통령에게 정 전 이사장에 대한 보고를 올린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이사장은 또 "안 전 수석이 '너무 알려져 있으니 이사장에서 물러나 고문 자리를 맡으라'고 말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재단 설립이 정당하게 이뤄진 것이라면 안 전 수석이 검찰 출석을 앞둔 정 전 이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전화를 걸거나 진술 이후 고맙다고 연락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