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서울행정법원에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제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면서 "이를 취소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 자체를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도 함께 냈다.

이규철 특검보는 "국가기관간 (이런 종류의 소송은) 전례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상당 기간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리 검토와 관련해 이 특검보는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행위가 행정법상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송 주체에 대해선 "원고는 박영수 특검, 피고는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변인 브리핑을 마친 특검팀은 곧바로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으로 이동해 집행정지 신청서 등을 접수했다.

특검의 이런 조치는 전날 '더이상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지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로, 특검이 대통령 대면조사를 포함해 청와대를 향한 전방위적인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어서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대면조사를 시도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0일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본안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연합뉴스

특검은 이에 앞서 전날, 9일로 잡혀있던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특정 방송사에 유출된 것을 이유로 청와대가 조사를 무산시킨데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규철 특검보는 9일 브리핑에서 특정 특검보가 특정 언론에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유출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4명의 특검보 누구도 관련 사실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이 특검보는 나아가 "4명의 특검보는 물론 조사한 바로는 특검 직원 누구도 관련 내용을 유출한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대면조사 일정 유출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이 특검보는 그러면서 "특히 대면조사 비공개와 관련해 일정 등은 특검법 제12조에 따라 공개할 수 있음에도 공개하지 않기로 청와대와 합의를 한 특검이 이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개할 것 같았으면 애초 공개로 하지,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를 하고 뒤에서 슬그머니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등은 특검과 청와대만 아는 내용이다. 특검이 유출을 안했으면 청와대 말고는 유출할 곳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드러내놓고 말은 안했지만 청와대의 '꼼수'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청와대에 대통령 대면조사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검 내부 분위기는 현재 상당히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법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특검보는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향후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이면 없도록 조율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면조사 일정을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가 어떤 경위로든 이 부분이 공개돼 대면조사가 무산된 만큼, 논란의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대통령 대면조사를 비공개가 아닌 공개로 할 것임을 내비친 대목이다.

"청와대 측과도 이야기가 된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 대통령 측과는 어제 이후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저희 입장만 얘기한 것이다"고 답변했다. 청와대의 뜻과 상관없이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것이다. 

이 특검보가 수사 내용을 제외한 일정 등 진행 상황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도록 한 특검법 제12조를 거듭 언급한 것도 비공개 여부 등을 놓고 청와대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하지만 강력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특검보는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기본 원칙"엔 변화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일단 헌법상 불소추특권을 보장받는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거부할 경우 특검이 수사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청와대는 경호나 의전, 대통령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 대면조사는 비공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

특검과 청와대가 강 대 강의 맞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판 자체를 깨겠다는 것은 아니고 좀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싸움과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검 입장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는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소 여부를 떠나 뇌물죄 등 영장에 기재된 피의 사실에 대한 수사를 완결짓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이는 다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등 현재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재벌 총수들에 대한 수사 활로를 뚫는 단초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검 입장으로선 현직 대통령을 대면조사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외에도 수사상 실익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조사다.

특검팀이 당초 청와대와 대면조사 방법 등을 조율하면서 "조사 시간과 장소, 방법 등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대통령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박 대통령 입장에선 가급적 조사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대면조사에 응하는 이상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대면조사라는 상징성 등을 감안하면 최순실씨처럼 묵비권을 행사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인하더라도, 특검팀이 증거나 합리적 추론에 근거한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 또는 부인이 담기게 될 조서 자체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의미있는 증거로 활용될 것이다.

이때문에 박 대통령 입장에선 조사를 가능한 뒤로 미루고 조사 시간도 최대한 짧게 하려 할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조사를 받지 않으려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 대해서도 처음엔 "받겠다"고 했다가 "조사 준비가 덜 됐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기했다가 결국 받지 않고 유야무야 넘긴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특검 조사도 검찰 특수본 조사처럼 피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박 대통령이 뚜렷한 이유 없이 특검 대면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며 거부할 경우 이달 말로 시한이 만료되는 특검에 자칫 활동 기간 연장의 명분만 줄 수 있다. 

특검 기간이 연장되고 3월 초,중순에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경우 박 대통령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대통령 신분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특검은 "대통령 대면조사 여부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의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으로선 또, 대통령 대면조사를 못하고 특검 기간이 종료되는 경우 박 대통령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으로선 당장 특검 조사는 피하겠지만 탄핵심판 결정 여부에 따라 수사 기간과 인력에 제한이 없는 검찰 수사라는 또다른, 어쩌면 더 험난한 산을 만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론이 나고 검찰 조사를 받으면 더 고통스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직 대통령 예우를 받으며 조사를 받는 것이 박 대통령 입장에선 나을 것" 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이날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집행정지 신청' 이라는 청와대 의표를 찌르는 또하나의 압박수를 놓았다.

특검의 이런 조치는 우선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특검 안팎에 다시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이와함께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한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작접적인 압박이 되는 한편, 마주보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대통령 대면조사 조율 협상의 돌파구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는 다목적 포석이다.

당장 특검팀은 "황 대행이 압수수색 협조 요청 의사를 밝히면 집행정지 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고 황 대행에 공을 떠넘기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집행정지 신청'이라는 특검팀의 '묘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특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발부받은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의 만료 시한은 특검 수사 기간이 일차 만료되는 이달 28일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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