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면조사 전 특검 준비상황 탐색 의도" 관측 제기
특검 "최씨 묵비권 행사하며 특검의 질문 내용에 더 관심 보여"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자진 출석했다.

특검의 출석 요구에 각종 사유로 출석을 거부하고, 강제구인될 때는 "억울하다"고 고성을 지르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던 최씨가 출석 의사를 밝혀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순실씨가 9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이날 오전 9시 50분쯤 호송차를 타고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섰다.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답변 없이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최씨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그의 출석을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선 분노 섞인 반응이 터져나왔다. 시민단체 활빈단 회원은 특검 사무실 앞에서 최씨의 재산 몰수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특검은 최씨에 대해 2차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했다. 1차 체포영장은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 관련 혐의에 대한 영장이었고, 2차는 미얀마 해외원조개발사업에서 이권을 취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 영장이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구인할 경우 피의자의 동의 없이 영장에 적시된 혐의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만큼 그동안 특검 수사는 두 가지 혐의에만 국한돼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은 최씨가 먼저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만큼 아직 조사되지 못한 삼성그룹 뇌물 관련 의혹, 비선 진료 의혹 등 국정농단 사건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단 특검은 최씨의 삼성 특혜 지원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를 먼저 진행할 방침이다.

특검은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표를 행사한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치였다고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이를 위해 최씨가 실소유주인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와 220억원대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으며,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최씨 소환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된 것”이라며 “관련 의혹 모두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씨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두고 특검을 떠보기 위해 자진 출석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됐다. 삼성 합병 관련 의혹은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과 직접 연관돼 있는 만큼 특검의 준비상황을 파악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놓고 특검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9일 대면조사 일정을 보도한 것에 대해 특검이 합의 내용을 유출했다며 '조사 거부' 카드까지 꺼낸 상태다.

이 때문에 최씨 측이 이날 자진 출석을 통해 조사를 받으면서 특검이 어느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상태인지, 어떤 방향으로 조사를 진행할지 탐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최씨가 자진 출석한다고 해서 특검에서 상당히 기대했는데, 확인한 결과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특검 질문 내용에 더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6일에 이어 다시 특검에 출석한 서 원장은 김영재 원장 부부에게 특혜를 준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들어가서 말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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