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안될 줄 알면서 갔을까...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관전기
그들은 왜 안될 줄 알면서 갔을까...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관전기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7.02.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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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주연과 조연들이 뒤얽혀 펼치는 사생결단 수싸움과 기싸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한 차례 무산된 청와대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특검은 이번 주 후반에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추진하는 만큼, 주 중반까지는 청와대 압수수색 재시도나 자료 임의제출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염두에 두고 고민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 후속 조치와 관련해 "임의제출 방식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계를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 3일로 돌려보자. 이날 특검은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와 수사관 등 20여명을 청와대에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에 앞서 특검은 전날 밤 늦게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고 3일 오전 10시를 기해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고 청와대에 통보했다.

그러나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예상대로' 청와대 입구에서부터 막혔다.

일반 민원인들이 드나드는 연풍문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들여보내줄 수 없다는 청와대에 막혀 경내엔 발도 들이지 못했다.

 

박영수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3일 특검 관계자들이 탄 차량이 청와대 영빈관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형사소송법 제 110조와 제111조는 군사보안시설이나 국가 보안자료가 보관돼 있는 정부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만큼 보안과 안보와 관련된 시설이나 기관이 어디 있냐. 그런 청와대를 아무리 특검이라지만 마음대로 뒤지도록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명분이다.

결국 이날 오후 2시경 청와대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명의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특검에 전달하자 박충근 특검보 등 특검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약간의 논의 끝에 빈 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비슷한 시각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선 이규철 특검보가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 거부로 압수수색이 무산됐다. 유감이다'는 원론적 발언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핵심 질문 가운데 하나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지 특검이 몰랐느냐는 거였다. 특검은 그동안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등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해 법리 검토를 해왔고 "법리 검토가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법리 검토가 끝났다'는 말은 '검토를 해봤더니 할 수 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기자들이 '끝났다는 법리 검토가 이런 거냐'는 취지로 묻자 "다각도로 법리 검토를 해봤지만 청와대가 형소법 제110조와 제111조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 현행법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날 이 특검보의 답변이었다.

이런 결론에 이른 시점은 압수수색 착수 전일 것이다. 그럼에도 압수수색을 나갔다. 이를 뒤집어 해석해 보면 '청와대가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일단 한번 나갔다'는 뜻이다.

물론 이 특검보는 국가보안시설이라도 '중대하게 국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 기관장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형소법 조항을 들어, 특검의 압수수색이 국익을 해치는 것이 아닌데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는 언론에 대한 수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 협조 요청서를 보내는 '묘수'를 둔다.

청와대 측의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가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명의로 돼 있는데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인 만큼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상급기관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승인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 특검의 설명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승인하면 비서실장이나 경호실장이 거부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이 특검보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관련 법령에 따라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특검 요청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바로 밝혔다.

황 권한대행에 대한 특검의 협조 요청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황 권한대행이 정말 '그래, 특검 말이 맞다. 청와대 압수수색 해봐라' 해줄 거라 생각해 협조 요청을 한 것인지, 그냥 한번 해본 것인지.

황 권한대행을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로 만들어준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거기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는 동안 발생한 안팎의 상황으로 자천타천 보수의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평소 발언이나 행보, 박 대통령과의 관계, 현재 정치 지형 등 어떤 점을 감안해도 황 권한대행이 청와대 의사에 반해 청와대 압수수색을 승인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특검은 '협조 요청'을 했다. 이것 역시 '안될 걸 뻔히 알면서도 한번 해본 거'로 봐야 한다.

그럼 질문은 이제 이렇게 남는다.

특검은 법리 검토 끝에 청와대가 거부하면 안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별 뾰족한 대안도 없이 왜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는지, 황 권한대행이 협조 안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협조 요청을 했는지.

이와 관련해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제1번 피의자'로 적시한 것. 다른 하나는 통상의 압수수색 기한인 일주일을 훨씬 넘겨 2월 28일까지 특검의 수사 기한 만료시까지로 압수수색영장 기간을 길게 잡은 것. 

우선 '피의자 박근혜'에 관한 것. 이날 청와대는 압수수색영장에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적시된 데 대해 특검을 향해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헌법상 소추가 금지되는 대통령을, 아직 탄핵심판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으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심히 유감"이라고 강한 어조로 특검을 비판했다.

특검이 청와대의 반발을 무릅쓰고 박 대통령을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박 대통령을 형사 피의자로 처벌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반발처럼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특검은 왜 굳이 박 대통령을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했을까.

압수수색영장에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영장 만료 시한이 2월 28일로 특검 수사 만료일과 같다는 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둘러싼 격렬한 공방 등과 한덩어리로 꽉 맞물려 있는 형국이다.

현재 이정미 재판관의 소장 권한대행 체재로 탄핵심판을 심리하고 있는 헌재는 이 재판관 퇴임 전인 3월 13일까지는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특검 수사 만료 시한은 2월 28일이다.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와 기각할 경우. 기각할 경우 특검은 물론 그 누구도 임기 중엔 '대통령 박근혜'를 기소할 수 없게 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경우의 수는 다시 두 가지가 된다.

3월 초중순에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특검은 이달 말로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비록 박 대통령이 자연인이 됐어도 기소할 수 없다. 2월 말에 탄핵 결정을 내려도 기소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그런데 여기 또 변수가 있다.

특검법은 특검 수사 기간을 한 차례에 한해 30일 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특검 수사 기간이 30일 연장되고 헌재가 3월 초중순에 탄핵 결정을 내리면 특검은 '자연인 박근혜'까지 일괄 기소할 수 있다. 

기간 연장 관련 가장 큰 쟁점은 특검 수사 연장의 명분과 필요성이다.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가 완벽하게 다 끝났다고 한다면, 더 수사할 게 남아 있지 않다면, 수사 기간을 연장할 명분도 필요도 없다. 

문제는 공방만 있고 증거는 부족할 경우다. 대통령은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자신에 대해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경우 특검이 사실관계 입증을 위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며 수사기간 연장을 추진한다면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연장까지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서 극단적인 논란이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검으로서 더 큰 문제는, 결정적으로 특검법에 따라 기간 연장 여부도 황교안 권한대행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거부한 황 총리이지만 특검 기간 연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때, 무산된 청와대 압수수색은, 확보하지 못한 물증은 특검으로선 기간 연장의 좋은 명분이자 황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린 이만큼 수사해야 하는데, 황 권한대행이 협조하지 않아서 청와대 압수수색 못해서 자료 하나도 못가져 온 거 아니냐. 있는 자료 가지고 추궁하니 박 대통령은 아니라고 부인만 하고. 그러니 진실을 명명백백 가리기 위해서 기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거라도 해주시라.'           

이렇게 압박하면 황 권한대행으로서도 연장을 거부하기가 만만치 않은 입장과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특검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고, 비서실장실 경호실 등 '수사에 필요한 곳은 다 까보겠다'는 것도, 나가봐야 불허할 게 뻔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도, 황 권한대행에게 협조 요청을 한 것 등등도 다 같은 맥락인 듯하다.

일종의 포석을 계속 깔아놓고 있는 것으로 귀결되는 특검 기간 연장, 이를 위한 명분 확보와 여론 및 상황 조성 차원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일단 한번 시도하고 청와대의 거부로 무산되는 모양새를 만들어낸 특검은 대통령 대면조사 전이든 후든 최소 한번은 더 '안될 게 뻔한'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를 할 듯하다. 이 과정에 특검은 어떤 식으로든 황 권한대행을 특검의 수사 과정과 엮으려 할 공산이 크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3일 특검이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한 데 대해 '청와대가 관련 법령에 따라 승인을 거부한 것으로 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규철 특검보가 5일 브리핑에서 '월요일까지는 기다리겠다'며 황 권한대행을 압박한 것도 특검에 말리지 않겠다는 황 권한대행과 어떤 식으로든 엮어 보겠다는 특검 사이의 치열한 수싸움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여지껏 거부한 압수수색을 승인해줄 아무런 실익도 이유도 없으니 특검의 압수수색을 끝까지 거부하며 '대통령이 대면조사까지 받았는데 뭘 더 어떡하라는 거냐. 뭘 더 어떡하겠다는 거냐, 참 너무하네' 식으로 특검 기간 연장 불가를 위한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 것이다.

당장 이규철 특검보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청와대의 가시 돋친 반박에 대해 5일 브리핑에서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수사까지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청와대 주장을 재반박하고 기싸움을 이어나갔다.

이 특검보는 그러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라 수사상 필수 절차인 증거수집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압수수색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수사상 필수 절차' '증거수집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워딩은 모두 '해야 하는 거, 수사에 필요한 거 다 못했다. 기간 연장해 주시라'의 명분 축적용 표현으로 읽힌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입장을 밝히는 한편, 헌재에 추가 증인 신청을 계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떡하든 탄핵심판 결정 기일을 늦춰 최악의 경우라도 박 대통령이 특검에 의해 기소되는 것만은 막으려 할 것이다.

청와대와 특검이 이렇게 암중에서 사생결단식 수싸움을 벌이는 것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의 수사 방향과 대통령에 대한 적용 혐의가 다른 데서도 일정 부분 기인한다.

검찰은 재벌을 청와대에 의한 공갈 협박의 피해자로, 박 대통령은 돈을 내라고 압박한 직권남용 정도의 혐의 차윈에서 수사를 진행했다.

반면 특검은 박 대통령과 재벌을 모두 뇌물죄 피의자로 적시하고 있다.

검찰과 특검 어느쪽에 의해 기소되느냐에 따라 적용 혐의와 처벌 수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 재계 수사의 범위와 강도 등 파장과 여파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수사 기간과 인적 물적 자원 동원에 제약이 없는 검찰이 이미 '살아있는 권력'에서 '죽은 권력'으로 전락한 박 대통령을 기존 입장을 바꿔 특검 이상 강도높게 수사해 기소할 수도 있겠지만, 특검 입장에선 자기 손으로 수사를 마무리짓고 기소까지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결국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와 무산, 이를 둘러싼 공방은 이런 복잡다단한 상황과 수싸움, 장래 자신에게 우호적이고 유리한 여론과 상황 전개를 위한 기싸움과 포석, 얽히고 설킨 권력관계와 힘겨루기 등이 집약돼 표면으로 불거져나온 '무엇'인 듯하다. 현상이자 본질의 반영인 그 무엇.

종착역이 가까워질수록 헌재를 사이에 두고 특검과 청와대의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격렬해질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이런 '현상의 분출'이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 키맨으로 떠오른 황교안 권한대행은 싫든좋든 특검과 청와대가 벌이는 힘겨루기의 구심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에 튈 여파도 불똥 정도에 그칠지 화염 수준이 될지 달라질 것이다.

탄핵심판과 대선 국면이라는 커튼을 배경에 두르고, 특검 수사라는 무대 위에서 특검과 청와대, 대선 주자급 총리, 재벌, 검찰 등 당대의 최고 권력들이 주·조연으로 얽혀 펼치는 이 한바탕 '굿판'이 어떤 피날레로 끝날지 몹시 궁금하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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