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측, 사유서 보완 제출… 별도 소추 사유 추가 아닌 '내용 보강'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반대한 공무원들을 선별 인사조치한 정황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서에 새로 포함됐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 임명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등 헌법 위배 행동을 했다는 취지다.

국회 측은 2일 이같은 내용을 추가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사유서를 다시 제출했다. 지난 변론에서 재판부가 소추 사유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이 지난 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소추사유서는 기존의 유형별로 정리한 소추 사유를 큰 틀에서 유지하면서도 소추의 배경과 근거 부분이 크게 보강됐다.

특히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적용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고위직 간부를 선별 퇴직하게 했다"는 내용이 소추의 배경사실로 포함됐다.

국회 측은 "탄핵심판에서 드러난 것처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이 세월호 참사 이후 문체부에 리스트를 처음 내려보냈고, 당시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이 이를 적용하는 데 주저하자 유진룡 당시 장관을 면직하고 6명에 대한 일괄사표를 제출하게 해 3명을 사직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 측의 잇단 증인 신청 등으로 탄핵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구속 사유이기도 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안을 소추 사유에 포함시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일 자신에 대한 피의사실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서울고법에 이의신청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김 전 실장을 블랙리스트 작성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정권의 반대편을 억압하는 차원을 넘어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차지하기 위한 여론 조작에도 활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서 보완 제출은 특검의 이같은 수사 상황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당초 국회 측은 특검이 수사를 마무리하면 관련 기록을 확보해 탄핵소추 사유 입증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의혹은 별개의 소추 사유가 아니라 배경사실로 포함된 만큼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배에 따라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헌재 관계자는 "대통령 측은 국회 측이 제출한 소추사유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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