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뇌물'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파기환송심서 법정구속
'STX 뇌물'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파기환송심서 법정구속
  • 김경희 기자
  • 승인 2017.02.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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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 거액의 후원금 내게 해... '뇌물죄' 아닌 '제3자뇌물죄' 적용 징역4년 선고

해군 차기 호위함 수주 대가로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천대엽)는 2일 특가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총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당초 파기환송심 과정 중 보석 허가가 내려졌던 정 전 총장은 보석이 취소되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해군 관련 사업의 최종책임자라는 직무에 비춰볼 때 누구보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지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아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 거액의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것은 자신의 권위를 사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개인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 아들을 돕고자 하는 아버지 심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2일 오전 파기환송심이 열린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에서는 정 전 총장의 혐의인 ‘제3자 뇌물죄’ 부분이 쟁점이 됐다. 당초 정 전 총장은 단순뇌물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혐의 적용을 재판단하라며 파기환송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은 지난 2008년 9월 옛 STX그룹 계열사인 방산업체에 유도탄 고속함,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장남이 주주로 있는 회사 계좌로 7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정 전 총장은 또 해군 정보함에 탑재할 통신·전자정보 수집장비의 납품을 성사시켜 주고 관련업체에서 2009년 2차례에 걸쳐 6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 추가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 전 총장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천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후원금을 받은 회사에서 장남이 소유한 지분이 33%에 불과하다며 7억7천만원 전액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부 금품 수수를 약속한 부분 역시 공여자의 진술 신빙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형량은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판단을 유보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정 전 총장이 후원금을 요구하고 금품이 오간 사실은 인정되지만,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장남이 주주로 있는 회사 계좌를 통해 받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뇌물수수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후원금을 받아 아들이 주주로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됐다면 이는 단순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정 전 총장의 혐의를 제3자 뇌물죄로 변경하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에 대해 변호인 측은 1, 2심 등이 아닌 파기환송심에서 뒤늦게 진행됐다는 이유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지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한 경우에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야 한다”며 “검찰이 공소권 남용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정 전 총장의 형량 부분이었다.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검찰의 상고 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환송 전 재판부에서 선고한 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재판부 역시 이에 따라 2심에서 선고한 형량을 그대로 다시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총장의 아들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아버지의 잘못된 처사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화뇌동했다는 점에서 실형을 선고해야 하지만 파기환송 전 당심 선고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경희 기자 kyeonghee-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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