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검사 출신 헌법재판소장... 탄핵심판 접수 후 50여일 쉼없이 출근
헌재, 8인 재판관 체제로... 최선임 이정미 재판관 권한대행 선출 유력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 제5대 헌법재판소장이 6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31일 퇴임했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뒤 50여일 연속 집무실에 출근하며 설 연휴 직전까지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심리에 매진한 박 소장은 탄핵심판 결정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헌재를 떠났다. 

박 소장은 이날 퇴임사를 통해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조속히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서울 재동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소장 권한대행 선출이 유력한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직원들의 송별사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소장은 자신이 참여한 마지막 탄핵심판 재판이었던 지난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도 "늦어도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는 이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며 신속한 탄핵심판 심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정미 재판관까지 퇴임할 경우 7명의 재판관만으로 탄핵심판이 진행될 것을 두고 '헌법적 비상 상황'이라며 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던 박 소장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신속한 결론'을 언급한 것이다.

박 소장은 이어 "남아있는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재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와 헌법·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어려운 책무를 부득이 넘기고 떠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는 심경도 밝혔다. 

박 소장은 검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헌법재판소장이 된 인물이다. 검찰 내 공안통으로 꼽히던 그는 2011년 2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재판관으로 임명된 후, 2013년 4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소장으로 임명됐다.

박 소장은 3년 9개월간 5기 헌재를 이끌면서 형법상 간통죄 위헌,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합헌,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합헌 결정 등 굵직한 사건들의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

대표적인 사건은 헌정 사상 첫 정당 해산 심판이었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다.

2013년 11월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청구한 이 사건을 놓고 헌재는 409일 간의 고민 끝에 2014년 12월 “통진당이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며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해산 결정을 내렸다.

박 소장이 이끈 5기 헌재는 또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상설 연구사무국을 서울에 유치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소장이 퇴임함에 따라 헌재는 2월 1일부터 8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된다. 헌재는 1일 오전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앞서 재판관 8명 전원이 참석하는 재판관회의에서 소장 권한대행을 선출한다. 현재 선임인 이정미(55·16기) 재판관의 권한대행 선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