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서 증언... "노태강, 진재수 이름 정확히 거명" "나라가 이렇게 된 데에는 김기춘에 큰 책임 있다"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승마협회와 관련된 체육계 비리에 대한 보고서를 살펴본 후 보고서를 작성한 문체부 국장과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인사조치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박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인사조치를 요구했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장관은 "2013년 8월 22일 승마협회 문제를 포함한 체육계 비리 문제 대책을 대면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승마대회 성적은 (문체부에서) 관리하지 않아 모르고 있었는데 청와대에서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조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과장 이상이 나가서 조사하라고 해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진재수 전 과장에게 조사하도록 했고 모철민 (당시)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관련 내용을 조사하던 중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출전한 승마대회에서 판정 시비가 이는 등 최씨가 관여한 체육계 비리를 찾아냈다. 유 전 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유 전 장관은 "우리는 고민 끝에 같은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대통령은 자신의 수첩을 들여다보더니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이름을 정확하게 거론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두고 체육계 비리와 관련해 청와대가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찍어내기' 인사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인사 문제는 장관인 저한테 맡겨주는게 좋겠다고 제안했다"면서 "대통령께서는 다시 역정을 내면서 '인사조치하세요'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 같은 지시사항을 모 전 수석과 상의한 뒤 한 달 후 문체부 정기인사에서 자연스럽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아프리카 출장을 갔지만, 모 전 수석이 전화로 인사조치에 대해 재차 물어와 두 사람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문체부 1급 공무원 일괄 사표에 대해서도 "이들 역시 징계 사유에 해당할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며 "장관의 잘못을 지적하는 (능력있는) 간부들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자신은 자니 윤씨의 한국관광공사 감사직 임명에 반대하다가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대국민담화에서 낙하산 인사를 지적한 바로 이튿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자니 윤을 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왔다"며 "자니 윤에게 다른 자리를 주려고 했더니, 김 실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세월호 참사 직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더니, 당시 김 실장이 '감히 대통령이 임명한 당신들이 스스로 그만두는 불경한 자세를 보이느냐'며 화를 냈다고 들었다"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데에는 김 전 실장에게 굉장히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전 실장이 2013년 8월 비서실장에 취임한 이후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키기 시작하고 대한민국은 공안통치 사회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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