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존 패터슨에게 사건 발생 20년 만에 대법원이 징역 20년을 확정 선고한 25일,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착하게만 살다 죽은 아들이 다음 생에는 하고 싶은 일 많이 하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존 패터슨에게 25일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사건 발생 20년 만이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을 보고 나온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의 어머니 이복수씨는 "진범이 밝혀져 이제야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재판정에서 존 패터슨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이씨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이어 재판부가 패터슨 사건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주문을 낭독하며 징역 20년 형을 확정하는 순간 이씨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정을 빠져 나갔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이씨는 "20년 전에는 앞이 캄캄했는데,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망갔을 때도 눈앞이 깜깜했었는데, 언론이나 영화에서 관심을 보인 덕분에 이렇게 판결이 나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는 "진범이 밝혀져 한은 풀렸지만, 아들이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착하게만 살다 죽었다"며 "아들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하고 싶은 일 많이 하고, 우리가 여러 사람에게 도움받은 것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서 살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숨진 조중필씨는 어머니 이씨가 딸 셋을 낳은 뒤 어렵게 얻은 막내아들이었다. 1997년 사망 당시 조씨는 스물 두 살의 대학생이었다. 여자친구와 놀러간 이태원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아무 이유없이' 당시 10대였던 패터슨 등 미국인 청소년 2명에 의해 칼에 난자당해 숨졌다.

한국 검찰이 출국금지 연장 신청을 안 한 실수를 틈타 미국으로 도주한 패터슨은 자국에서 인신보호 청원을 하는 등  한국 송환을 회피해 왔지만 2015년 9월 결국 송환됐고 이날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패터슨과 함께 있었던 에드워드 리에 대해서도 법원은 조씨 살해 사건의 공범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리는 이미 1999년 증거 불충분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혈흔 분석 같은 과학수사기법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당시 50대였던 어머니 이씨는 이제 주름이 가득한 70대의 노인이 됐다. "법이 좀 바뀌어서 리도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통한의 20년을 보낸 이씨가 마지막으로 밝힌,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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