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수 아니다"... 혐의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
장시호도 사복 고집 "어린 아들에 초라한 모습 보여주기 싫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또다시 특검 포토라인에 섰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각각 24일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구속 후 세번째, 김 전 실장은 두번째 소환이다.

두 사람은 구속된 이후에도 계속 사복을 입고 포토라인에 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들 대부분이 수의를 입고 특검에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사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조사실로 가고 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24일 수의가 아닌 사복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두 사람이 사복을 입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구속 피의자와 피고인 등 미결 수용자는 법정 출석이나 수사 등으로 구치소 밖을 나설 때 사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법조계는 두 사람이 수의가 아닌 사복을 고집하는 데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보고 있다. '나는 수의를 입을 만한 잘못을 저지른 죄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두 사람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 과정에 개입했다는 증거와 증언을 여럿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구속된 지금까지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죄가 없는데 왜 수의를 입느냐’는 계산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가 대외적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때 수의를 입지 않고 사복을 착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기업 총수나 고위직 공무원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미결 수용수들이 출정(出廷)시 사복을 입는 경우가 있다”며 “죄수복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고 대외적으로 죄인으로 보여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사복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인물 중 사복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외에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있다. 장씨는 어린 아들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이유로 법정 출석시 매번 사복을 입고 있다.

최순실씨 역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구속돼 조사를 받던 초창기에는 사복을 입고 포토라인에 섰다. 그러나 현재 자신의 재판이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때는 모두 수의를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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