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작위에 의한 살인과 다를 바 없다"... 1심과 달리 '아동학대'도 유죄

7살 아이에게 락스를 들이붓고 한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화장실에 가두는 등 학대행위를 하다 끝내 숨지게 한 '원영이 사건' 계모와 친부가 2심에서 형량이 가중됐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아동학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20일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계모 김모(39)씨와 친부 신모(39)씨에게 각각 1심보다 7년, 2년이 가중된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했다.

 

아들 신원영 군을 욕실에 가두는 등 학대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계모 김모씨와 친부 신모씨가 지난해 3월 16일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숨지기 며칠 전부터 위험한 상황에 놓였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넘어 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며 1심처럼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두 사람이 양육 문제로 다투며 난동을 부리고 가재도구를 집어 던지는 장면을 피해자도 지켜보거나 때로는 직접 폭행 당했다"며 1심에서 무죄로 본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유일하게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친아버지에게서 외면받고 추위와 공포 속에 쓸쓸하게 죽어간 피해자의 고통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원영군을 화장실에 가둬놓고 락스를 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지난 2월 1일 오후 원영군이 옷에 대변을 보자 옷을 벗기고 찬물을 부은 뒤 방치해 다음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친부 신씨는 김씨의 학대를 방관해 원영군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원영군이 숨지자 시신을 베란다에 10일 동안 방치했다가 2월 12일 오후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두 사람이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원영군에게 지속적으로 학대 행위를 했고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피고인들 역시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의 이혼이라든가 재혼, 아버지의 죽음 등을 겪으면서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랐다. 그 상처가 피해자를 키우는 데 상당한 고통과 어려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씨에게 징역 20년, 신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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