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리스트,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중대 범죄" 강조
김 전 실장, 조 장관 혐의 부인하며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주장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0일 열렸다.

두 사람 모두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왼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오전 9시20분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조 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상과 표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특검팀은 이용복 특검보를 비롯한 2~3명의 검사를 영장실질심사에 투입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충분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또한 당사자들이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만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관련자 수사 등을 통한 물증 및 진술 확보에 나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의혹의 몸통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6일 압수수색을 통해 명단 일부를 확보한 바 있다.

1만여 명의 명단이 담긴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지난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이들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배제하고 검열을 통해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리스트 작성 초기부터 이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고,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조 장관은 리스트 작성에 개입하고 시행하는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다가 지난 9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리스트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본 적은 없고 작성 및 전달의 경위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부인해온 두 사람은 모두 국회에 의해 위증 혐의로 고발됐다.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한 후 현직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조 장관이 처음이다.

특히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인물들인 만큼 이날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960년 고등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출발한 후 옛 중앙정보부 대공수사부장과 서울지검 공안부장 등을 거친 공안통이다. 5, 6공화국에서 고검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차례로 역임했고 1996년부터는 15~17대 의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에도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40여년을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조 장관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김앤장 변호사,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지내다 2008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으로, 정권 출범 후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쳐 2014년 6월부터 1년 동안 여성 최초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다시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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