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훌륭한 제도지만 시대적 소명 다해... 시야 넓히자" "'사적 부문 리드'형 사회... 법원·검찰 일 변협이 넘겨받아야" "재임 기간 개인사업 안한다... 열정 많았던 회장으로 기억되길"

전국 2만여 명 변호사들을 대표할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회장이 지난 16일 결정됐다. 주인공은 한 차례 낙선 이후 재도전에 성공한 김현(61) 변호사. 그는 전체 유권자 1만8천528명 중 1만191명이 투표에 참여한 선거에서 6천17표(59.22%)를 얻어 4천143표(40.78%)를 얻은 정 변호사를 1천874표 차로 앞서며 제49대 대한변협 회장에 당선됐다. 그동안의 변협 선거를 볼 때 상당히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당선 이후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 신임 회장을 지난 18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당선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그의 책상 위에는 전날 대한변협 측으로부터 받은 당선증이 놓여 있었다. 한 차례 실패가 있었기 때문일까, 그는 재도전을 성공으로 이끈 열정으로 구상 중인 향후 2년의 정책들을 설명했다. 김 신임 회장의 임기는 2월 27일부터 2년이다.

 

김현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세창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김 신임 회장은 2년 임기를 마친 뒤 ‘가장 유능했던 협회장, 가장 일을 열심히 했던 협회장, 가장 열정이 많았던 협회장, 가장 아이디어가 많았던 협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개인 변호사 업무는 하지 않고 변협 일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강한 변협을 만들겠다는 공약과 일맥상통하는 말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교수로 제자, 후배들을 가르쳐왔다. 그래서인지 청년변호사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대한변협 회장은 나를 지지한 사람만의 회장이 아니다”라며 변호사업계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웬만한 좌절과 시련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는 그는 집무실에 변협 회장으로서 꼭 추진하고 싶은 100가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붙여두고 하나씩 이뤄나가겠다며 열정을 보였다.

다음은 김 신임 회장과의 1문 1답이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 이번에 사실 4년 간 준비를 한 셈이다. 지난 2013년 결선투표에서 분패한 이후로 반성을 많이 했고, 협회가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도 많이 했다. 많은 회원들을 만났고, 대안과 방법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투표에서 표 차이가 꽤 많이 났다. 그만큼 큰 지지를 받았는데 책임이 막중할 것 같다.

- 선거기간 동안 전국을 다녀보니 저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고른 지지를 받아 기쁘다. 전국 14개 변호사회 중 13개에서 이겼다. 남성과 여성, 서울과 지방, 사내변호사와 개업변호사, 대형로펌과 서초동변호사, 로스쿨과 사시 출신에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 앞으로 일을 하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돼 기쁘고, 회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 차례 낙선하고 난 뒤 당선이라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재도전의 이유가 있다면.

- 나는 좌절을 모른다. 한번 뜻한 바는 반드시 성취한다. 살면서 재수를 많이 해봤다. 초등학교 6학년, 12살 때 중학교 입시에 실패해 재수를 했고, 대학 때도 재수를 했다. 대학교 2학년때 군사독재 반대 시위 때문에 정학을 받은 적도 있다.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도 합격했지만 시위 전과 때문에 면접에서 좌절해야 했다.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계속 떨어져서 유학을 떠나게 됐다.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꼭 법조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다시 도전을 했고, 은사님의 보증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웬만한 좌절과 시련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4년 전 좌절,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루고자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

▲법조인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 고등학교때 막연히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법대를 진학해 훌륭한 교수님과 동기들을 만나면서 법조인의 열망이 더욱 강해졌다.

▲처음부터 변호사를 꿈꿨나.

- 시위 전과 때문에 판·검사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는 막연히 법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에 와보니 행정 쪽에도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로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그 생활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토론하고, 변호사로서 일하고 봉사하는 삶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1985년이었는데, 그때부터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

▲변호사업계 생존권 문제가 가장 큰 공약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 변호사 시장이 굉장히 어렵다. 근본 원인은 변호사를 너무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연간 1천500명이 배출되는데 현실에 맞지 않다. 29년간 변호사를 한 경험에 비춰보면 연 1천명 정도가 우리 법률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두번째 과제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다. 법률지식이 없는 나홀로 재판 때문에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지방법원 합의부 사건 이상에서는 변호사가 함께해야 하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꼭 도입하고 싶다.

세번째 과제는 준법지원인을 1천800개 상장기업에 전부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변호사들이 기업에서 봉사하면서 준법경영을 이루고, 선량한 투자자들이 마음껏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하고 싶다.

네번째는 법무담당관을 반드시 변호사로 선임해 법치행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최근 행정소송에서 국가가 많이 패소하고 있는데, 전문가가 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행정소송을 맡으면 승소율도 높아지고 국가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다섯번째는 아파트 감사제도다. 아파트에 감사가 없어 관리비가 새고 있다. 변호사들이 감사로 진출해 관리비 등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상장기업 감사에 변호사와 회계사가 반드시 포함돼 회사의 법률과 회계를 감시하도록 해 분식회계가 없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대한변협 선거에서 두 후보 공약의 가장 큰 차이는 사시 존폐에 대한 입장이었다.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쪽인가.

- 그렇다. 나는 사법시험 출신이고 사법연수원 교수를 3년간 지냈다. 또 인하대 로스쿨 교수를 오래 했고, 지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로 있다. 내 주위에는 사시출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다 많다. 사법시험, 훌륭한 제도지만 시대적 소명이 다했다고 본다. 지금은 다양한 학부에서 공부를 하고 로스쿨에 온 뒤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과 기업에 봉사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제는 로스쿨 한 길로 갈 때가 됐다. 더 이상 사시 존치에 대한 논쟁으로 전력을 낭비하기에는 직역 위협이나 직역 창출 등의 할 일이 더 많다. 미국 법률시장의 발전 뒤에는 로스쿨 변호사들이 있다. 시야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많고 논란도 많았다.

- 모든 이슈나 제도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뒤집을 수도 없다. 로스쿨 제도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틀에는 문제가 없다.

로스쿨 학사 비리, 입학 비리 관련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댈 생각이다. 대한변협 내에 로스쿨 평가위원회가 있는데 이를 통해 비리나 부실이 발견되는 등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줄 생각이다. 또 로스쿨 컨소시엄을 통해 지역별 통합을 이루는 등 현실과 시장 수요에 맞게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

▲로스쿨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인가.

- 그렇다. 대한민국 로스쿨 교수들과 친분이 있는데, 긴밀히 협의를 하고 대화를 많이 해나가서 법조가 다같이 사는 방안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청년변호사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청년변호사들을 사랑한다. 애정이 끝이 없다. 힘든 조건에서 취직이 안되고, 6개월간의 실무수습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반드시 개선할 것이다. 지나치게 저임을 주는 곳이나 6개월 실무수습을 악용하는 경우 등을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현재 대한변협에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실무수습을 하고 있는데, 좀 약하다. 변협의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산 마련 등으로 이를 해결하고 적어도 매일 실무수습을 할 수 있도록 해서 청년변호사를 위한 교육 및 실무수습 제도를 고치려고 한다. 국선변호사 제도도 가능하면 법원에서 변협으로 가져와 청년변호사들에게 80%이상 배정하는 등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재임기간 80%의 에너지를 청년에게 쏟을 것이다.

▲법원과 검찰을 견제하겠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이뤄나갈 것인가.

- 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적 부문 리드' 형에서 '사적 부문 리드'로 전이되고 있다. 과거 공무원들과 법원·검찰 엘리트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민간인들의 실력도 그 못지않다. 우리 2만명 회원 중에는 대법원장 출신부터 검찰총장 출신 등 많은 뛰어난 인재가 있다. 법원·검찰이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을 넘겨줬으면 좋겠다.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도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 그렇다. 현재 국선전담변호인을 법원에서 선정하는데 그러다보면 재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무죄 취지의 주장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한 달에 25건 정도를 수임하는데 개인변호사들은 그 정도 규모로 하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소홀한 면이 있어 피고인의 변론권을 침해하게 된다. 청년변호사들의 생계는 물론 법원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 직역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전관 변호사 문제 등으로 변호사업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태다.

- 전관예우, 부끄러운 일이다. 어떻게 말을 해도 그것은 부패 구조다. 실제로 전관예우를 받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에게는 전관예우가 있다고 해야 사건을 수임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소수의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는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퇴임 후 1년간 자신이 속했던 법원·검찰의 사건을 맡지 못하게 돼 있는데 그것을 3년으로 늘려나갈 생각이다. 또 법조윤리협의회를 더욱 강력히 가동해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부정한 통로를 통해 수임한 분들을 단속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법원·검찰에 있을 때 잘못을 저지른 판·검사는 변호사 개업을 못하게 해야 우리 법조가 더 깨끗해질 것이다. 대한변협 등록심사위원회를 강력하게 가동해서 비리가 있으면 개업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얼마 전 변협 고위 임원이 브로커에 명의를 대여해줘 벌금형을 받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자세한 내용을 알진 못하지만, 원론적으로 대한변협 임원은 일반 회원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자리를 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변협 회장 선거가 후반부로 갈수록 네거티브전으로 번졌다는 지적이 있다.

- 개탄스럽다. 나는 선거기간 동안 상대방 후보를 거론한 적이 없다.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했다. 그런데 네거티브 성격을 가진 명예훼손적인 메일을 매일 악의적으로 회원들에게 보냈다. 분했고 화가 났다. 참을 수 없어 민형사 고소를 하려고 했지만 참았다. 지금까지는 선거만 끝나면 어떤 네거티브를 해도 상관없다는 관행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잘못한 사람은 따끔하게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고, 악의적인 비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변협이 그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 4년 간 대한변협이 사시 존치를 위해 너무 열심히 뛰어서 화합을 해치지 않았나 싶다. 대한변협 회장은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의 회장이 아니다. 나 역시 사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로스쿨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았겠지만 그들만의 회장은 아니다. 사시 출신 청년변호사들, 중견·원로 변호사까지 모두 아우르겠다. 앞으로는 대한변협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바른 길을 걸어가겠다.

▲유사직역과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어떤 식의 대응을 구상하나.

- 원래 유사 직역이라는 것은 변호사가 희소했을 때 국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런데 이들의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소송대리까지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소송 지식이 없는 사람이 소송을 대리하다 일이 잘못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간다. 초창기 대응을 잘해야 한다. 유사직역의 침범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2년 임기 동안 삭발할 각오로 직역을 반드시 수호하고, 유사직역이 변호사로 대통합될 때까지 여러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대외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은 어떤 것들을 할 생각인가.

- 대한변협은 이익단체이기도 하지만 공익단체이기도 하다. 국민을 위한 법제를 많이 도입해 사법을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제도다. 악덕 기업을 징계하고 기업들이 안전조치를 확실히 해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되야 한다. 집단소송법도 도입하려고 한다. 피해금액이 적을 때 모두가 번거롭게 소송을 할 수 없는데, 집단소송 제도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이밖에도 디스커버리 제도 등에 대한 도입도 고민할 생각이다.

▲현 대한변협 정책 중 계속 이어가고 싶은 것이 있나.

- 하창우 회장은 훌륭한 분이다. 그 분이 시행하던 정책 중 좋은 부분은 모두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좋은 지도자는 조직을 맡아 조금이라도 발전시킨 뒤 후임자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공약과 상대 후보의 공약 중 좋은 부분, 전국을 돌며 회원들에게 얻은 아이디어가 100가지 정도 된다. 그 100가지를 쭉 정리해서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집무실에 걸어두려 한다. 2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시행하려고 한다. 90%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말한다면.

- 2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내 사업을 전혀 하지 않고 협회 일에만 매진하려 한다. 절반은 협회장실에서, 절반은 국회에서 머물면서 국민과 업계를 위해 필요한 입법을 해내려고 한다. 가장 유능했던 협회장, 가장 일 열심히 하고, 열정이 많고, 아이디어가 많았던 협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벤치마킹하는 인물이 오바마 대통령인데, 1천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고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나 역시 회원들에게 사랑받는 협회장이 돼서 2년 뒤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싶다. 대한변협을 더욱더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다. 또한 정치중립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등 훌륭한 협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 김현 신임 대한변협 회장 약력

▲1956년 서울 출생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 석사, 워싱턴대 로스쿨 해상법 박사 ▲1983년 사법고시 합격, 사법연수원 17기 ▲1988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07~2008년 대한변협 사무총장 ▲2009~2011년 제90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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