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계분식 인식하고도 지위 유지 위해 눈감았다" 5조원대 분식회계, 21조원대 사기대출 등 혐의 받아

5조원대 분식회계 등 혐의로 기소된 고재호(62)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갑중(62) 전 부사장은 징역 7년이 선고됐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7월 9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은 영업손실을 만회하고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광범위한 회계분식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연임을 도모하며,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는 이익이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며 "회계분식과 사기적 부정 대출,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고 전 사장이 2012년도 회계사기 범행에 관여했다는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고 전 사장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후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전 사장은 재임기간인 지난 2012년부터 회계연도의 예정원가를 임의로 축소하거나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는 등 수법으로 순자산(자기자본) 기준 약 5조7천59억원, 영업이익 기준 2조7천829억여원 규모의 회계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고 전 사장은 회수가능성이 희박한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낮게 설정해 판매비 등을 조작하거나, 부실 해외 자회사 관련 투자·대여금 등 손실 비용은 과소 계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허위로 꾸며진 회계와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얻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2013~2015년 금융기관으로부터 4조9천억원을 대출받고, 10조원대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는 등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도 있다. 회계사기로 부풀린 성과를 이용해 임원에게 99억7천만원, 종업원에게 4천861억원 등 4천960억7천여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대규모 손실을 은폐한 것뿐만 아니라 이를 흑자로 변경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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