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두 권력실세에 동시 구속영장 청구... 20일 영장실질심사
특검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핵심인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중대범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18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들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최상부로 지목돼온 두 사람에게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특검의 수사도 정점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상과 표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한 후 현직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조 장관이 처음이다. 특히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인물들이라 그 의미가 더하다.

 

조윤선(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법률방송

김 전 실장은 1960년 고등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출발한 후 옛 중앙정보부 대공수사부장과 서울지검 공안부장 등을 거친 공안통이다. 5, 6공화국에서 고검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차례로 역임했고 1996년부터는 15~17대 의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에도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40여년을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조 장관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김앤장 변호사,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지내다 2008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으로, 정권 출범 후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쳐 2014년 6월부터 1년 동안 여성 최초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다시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물이다.

특검팀은 전날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소환해 각각 19시간, 21시간에 걸친 고강도 밤샘 조사를 벌였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후 의혹의 최상부라는 의심을 받았지만 줄곧 그 작성 및 집행에 개입한 바 없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특검팀은 두 사람이 블랙리스트 의혹의 몸통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6일 압수수색을 통해 명단 일부를 확보한 바 있다.

1만여 명의 명단이 담긴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지난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이들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배제하고 검열을 통해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리스트 작성 초기부터 이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고,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조 장관은 리스트 작성에 개입하고 시행하는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다가 지난 9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리스트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본 적은 없고 작성 및 전달의 경위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부인해온 두 사람은 모두 국회에 의해 위증 혐의로 고발됐다.

두 사람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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