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 대통령에 뒷돈" vs "박 대통령 강요"... 특검 4명 vs 삼성 변호사 300명 "정의 바로세워야" vs "국가경제 파장"... 구속 놓고 치열한 논리 대결 '삼성 총수 운명'에 외신 등 취재진 200여명 몰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 합병 찬성의 대가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녀 측에 430억원대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박영수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1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이날 오전 9시1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변호인 이정호(51) 변호사 등과 함께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오전 9시33분쯤 특검 수사관과 함께 사무실을 나와 법원으로 출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 이재용 부회장 국회 청문회, 특검 소환 당시와는 달리 '묵묵부답'

이 부회장이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은 "여전히 대통령 강요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나" "국민 노후자금이 경영권 승계에 쓰였는데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나" "회삿돈 수백억원이 뇌물로 쓰였는데 주주나 임직원에 책임 안 느끼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특검 사무실을 출발한 이 부회장은 오전 9시56분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취재진의 "대통령을 만나서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나" "최씨를 언제 처음 알게 됐나"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심경은 어떠한가" 등 질문에 이 부회장은 역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에는 국내는 물론 외신 기자들까지 취재진 200여명이 몰려들었고 방송사의 경우 이 부회장의 특검 도착과 출발, 서울중앙지법 도착을 생중계하는 등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 최고경영자의 구속 여부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반영했다. 취재진 사이로 삼성그룹 관계자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이 부회장을 기다렸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전 10시30분부터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영장전담부장판사의 심리로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렸다.

특검팀과 삼성 측은 이곳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치소와 특검 사무실 중 어느 곳에서 결과를 기다릴지는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측이 "구치소에서 대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 후 대기 장소는 법원의 의견을 들어 다시 정하기로 했다"며 "결정되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 특검과 삼성, 두뇌들 총동원해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논리 공방 

특검팀과 삼성의 입장 차는 첨예하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측에 지원한 430억원의 자금이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준 뒷돈이며,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대가성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측은 '박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 때문에 최씨 측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한편으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의 경영 공백이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 방어권 보장 기회,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피력했다.

삼성 측은 이를 위해 소속 변호사 300여명을 투입해 특검팀의 공격을 방어할 논리 개발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검사 4명을 영장실질심사에 투입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 등을 지낸 양재식(51) 특검보, 김창진(42)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검사와 이 부회장을 직접 조사한 김영철(44) 박주성(39) 검사다.

삼성 측은 판사 출신 문강배(57) 변호사가 이끄는 변호인단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문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으로 BBK사건 정호영 특검팀에서 특검보를 맡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성열우(58) 팀장(사장)을 필두로 한 미래전략실 법무팀도 총수 구속을 막기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특검, 삼성의 최씨 모녀 등에 대한 430억 지원 전액 '뇌물'로 판단

특검팀은 지난 16일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자신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압박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합병 찬성을 받는 대가로 최씨와 정씨에게 430억원을 특혜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특검팀은 뇌물공여액에 삼성그룹이 최씨 소유의 코레스포츠와 체결한 컨설팅계약금 213억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38)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을 포함시켰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청문회에서 "최씨 일가 특혜 지원 과정을 추후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박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재단 기금 출연이나 최씨 일가 지원 등에 대한 직접적인 주문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팀은 이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앞서 조사한 삼성 최지성(66)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63)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은 불구속 수사키로 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의 경영 공백을 미리 고려했다는 것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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