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 사건, 기소 1년 3개월만에 1심 선고 이상득, 건강상태 등 고려 법정구속은 면해 정준양 "국민기업 포스코 비리 혐의 벗어 다행"

부실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1천6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준양(69) 전 포스코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회장에게 "모두 유죄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015년 포스코 비리 관련 수사를 벌여 같은해 10월 재판에 넘긴 지 1년3개월 만이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회장은 2010년 5월 인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플랜트 업체인 성진지오텍을 높은 가격에 인수해 회사에 1천59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단순히 사후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 보고 형법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경영상 판단에 관한 사안으로 정 전 회장 등이 회사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정 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성진지오텍 인수는 그룹 성장 전략의 한가지 방안이었다"며 "포스코그룹 전체 시너지 효과를 달성하고 장기적 성장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 전 회장 전임 회장 체제에서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성진지오텍은 재무적·영업적 리스크가 있었지만, 영업 실적이 호전될 수 있고, 자금 조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수자문사 의견이 있었다"며 "실제 국내 다수의 증권사들의 전망 보고서에 의하더라도 성진지오텍은 긍정적 전망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협력업체 코스틸로부터 여재슬래브 공급 등에 대한 청탁을 받고 자신의 인척인 유모씨를 취업시켜 고문료 명목으로 4억7천2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얻은 혐의(배임수재)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박재천 코스틸 회장의 진술이 증거인데, 박 회장이 기억장애가 있어 진술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포스코 측의 민원을 해결해 주고 특혜를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회장은 또 이상득(82)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포스코 신제강공장의 고도 제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청탁하고 이 전 의원 측근이 운영하는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11억8천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전 의원이 티엠테크가 포스코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얻도록 영향력을 가한 부분을 무죄로 봤고, 정 전 회장은 혐의를 모두 벗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에게 징역 7년에 추징금 491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는 별도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의원에게는 징역 7년에 벌금 26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조모 전 포항제철소장 등을 통해 측근들에게 일감을 몰아줘 1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부분은 유죄로 판단해,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의 건강상태, 법정에 성실히 출석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회의원으로서 헌법상 청렴 의무를 저버리고 지위를 남용해 직무와 관련 있는 대가성 이익을 제3자에게 공여하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의원 직무집행의 공정성, 불가매수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정 전 회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그간 포스코가 국민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성장해왔는데 비리라는 사건과 연관돼 국민에게 심려 끼쳐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며 "제 무죄보다 포스코라는 회사가 국민기업으로서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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