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3명 첫 재판... 최순실 "억울한 부분 많다, 재판부가 밝혀달라"
안종범 "대통령 대선공약 이행 지시 따랐을 뿐" 혐의 부인
정호성 "특검 압수수색은 변론권 침해... 입장 정리 안됐다"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첫 재판에서 저마다 자기방어에 나서며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팽팽한 대립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5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최씨는 주된 혐의 전부를 부인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안 전 수석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뜻에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으로 범죄사실 인정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가 5일 오후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씨는 이날 “혐의를 전부 부인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억울한 부분이 많다. (재판부가) 밝혀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도 “최씨는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을 받으려 공모한 일이 없다”면서 “두 재단 설립 때부터 지금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최씨는 어떠한 금전 등의 이익을 취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관계가 입증되지 않자 대통령을 공모관계 중개인으로 넣어 법률적으로 구성했다”며 검찰에 불만을 드러냈다. 16개 대기업에 대한 출연금 모금에 관여한 사실에 대해서도 전부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 “최씨는 자신의 처지는 고사하고 딸마저 새해 벽두부터 덴마크에서 구금돼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를 험난한 지경에 놓여 있는데도 이를 감수하고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을 받으려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기록이 증거자료로 방대하고, 최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와 플레이그라운드, 스포츠K를 통해 어떻게 돈을 빼돌렸는지 자세히 나와있다”며 “공소장을 기재할 때는 나라의 격을 생각해 최소한의 사실만을 기재한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억지로 끼워맞춘 게 아니냐고 말하는데 대통령과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법정에서 모든 것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부터 검찰과 날을 세웠던 이 변호사는 이날 역시 검찰과 계속해서 충돌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우려 하자 “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을, 확인된 입증된 사실인 양 표현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공소사실 요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며 이의 제기를 기각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검찰의 발표가 끝난 뒤 공정성을 이유로 자신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고, 공판준비기일 당시 주장한 바와 같이 또다시 최씨가 수사 단계에서 부당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수사 당시 담당 검사가 최씨를 압박했다는게 주된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위법에 해당하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종범 전 수석 측은 혐의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면서, 인정하는 부분은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 측은 “문화와 체육 활성화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라며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말했을 때 그 연장선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을 뿐 사익을 위해 대기업에 모금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안 전 수석은 이 밖에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 강탈 미수 혐의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장애인 펜싱팀 창단을 압박했다는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전부 부인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네”라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말씀을 계속 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순실(왼쪽부터)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5일 열린 첫 재판에서 수의를 입고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호성 전 비서관 측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특검팀이 자신의 구치소 수감실을 압수수색한 탓에 의견 정리를 마치지 못했다는 취지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 차기환 변호사는 “구치소 압수수색 물품 중에는 사건과 관련해 변호인과 논의하고자 하는 쟁점, 변호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은 메모가 포함돼 있다”며 “변론권의 핵심인 그 메모를 가져가버리면 변론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 변호사는 또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증거로 제시된 태블릿PC를 검증해달라고 재판부에 재차 요구했다. 또한 태블릿을 입수한 JTBC 기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차 변호사는 “최씨 태블릿PC라는게 하나 있고, 정 전 비서관 집에서 압수한 태블릿PC 2개가 있는데, 청문회 보도에 따르면 고영태씨가 검찰에 태블릿PC를 제출했다고 한다”며 “고씨가 임의 제출한 태블릿에 아무 내용이 없어서 증거가치가 없다고 하는데, 포렌식을 했는지 아니면 증거가치가 없어 기록에 기재를 안했을 뿐인지를 알 수 없다. 포렌식 결과가 있다면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차 변호사의 문제 제기에 검찰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 측은 “고씨 태블릿PC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며 “증거가치가 없는 모든 것에 ‘증거가치가 없다’고 증거로 제출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마치 태블릿PC의 운영체제에 대한 조작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발언은 금도를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11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김형수 미르재단 이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20일에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24일에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에 대해 출석을 통보했다. 2월 6일에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같은달 7월에는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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