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2차 변론서 국회 측-박 대통령 측 팽팽한 신경전
박 대통령 측 "언론 불신" "촛불집회는 선전포고" 발언에 법정 술렁
박 대통령 측 '최순실 공모' '삼성 뇌물' '세월호 의혹' 전면 부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격 절차가 5일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도 박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4명의 증인 중 3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증인 출석 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오후 3시 출석 통보됐던 이영선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4명의 증인 중 윤전추 행정관만 오후 3시 출석했다.

 

5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격 절차인 2차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증인신문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심판 쟁점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밝히는 모두진술을 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정도에 이른다고 주장했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소추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맞섰다.

국회 소추위원단장인 권성동 의원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요지를 진술하며 박 대통령의 5가지 헌법 위반, 4가지 법률 위반 사항을 언급했다. 5가지 헌법 위반 사항은 ▲국민주권주의·대의민주주의 위반 ▲평등원칙 위반 ▲재산권·직업선택자유 등 위반 ▲언론자유·직업선택자유 위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등이다. 4가지 법률 위반 사항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범죄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문서 유출 및 공무상 비밀누설 범죄 등이다.

권 의원은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게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해 국정 담당 자격을 상실한 정도에 이른다"며 "탄핵 결정으로 국민이 주인이며 신임을 저버리는 권한 행사는 결코 용납되서는 안 된다는 헌법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은 결코 비선조직으로 하여금 국정 운영에 관여하도록 한 적이 없고 김종덕, 차은택 등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명했다"며 "언론자유 침해 부분도 사실과 다르고, 세월호 사고 수습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탄핵소추 사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피청구인의 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부분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으로 증거도 없고 법리적으로도 성립되지 않는다"며 헌재에 탄핵소추 근거로 제출된 증거들을 엄격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거조사 절차와 증거 채택 등은 철저하게 형사소송법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며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을 위반했다는 부분에 관해서는 민사소송법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형사법 위반 사유는 형사소송법의 증거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헌재가 지난달 30일 열린 3차 준비절차기일에서 "탄핵심판에서는 형소법 원칙이 100%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데 반대되는 주장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이에 대해 "이 재판은 탄핵심판이지 형사소송이 아니다"라며 "법원의 형사재판과 이 사건을 혼동해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측은 형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최순실씨와 공모하지 않았고, 삼성그룹과 관련한 뇌물 혐의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과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주주총회는 이미 이뤄졌고 국민연금은 총회 결의 뒤 찬성 의견을 냈다"면서 "박 대통령은 총회일 이후 8일이 지난 지난해 7월 25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면과 SK그룹 면세점 선정 관련 민원, 롯데그룹이 수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고 재단에 기부금을 내도록 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재단법인에 출연하는 것을 뇌물수수나 제3자 뇌물수수로 인정한다면 재단에 출연토록 한 전직 대통령들 모두 뇌물수수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여론을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한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공정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변호사는 "헌재는 검찰에 문제의 태블릿PC를 탄핵심판정에 제출하도록 명령하고, 제출된 태블릿PC를 공정하게 감정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날 재판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의 탄핵소추 부당성 주장으로 술렁였다.

서 변호사는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은 노무현 시대 임명돼 의문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며 "특검은 헌정 사상 초유로 정당이 후보 추천권을 가졌고 그것도 야당만 가졌다"며 "이런 특검 구성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또 "특검에서 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윤석열 검사는 노무현 정권서 특채로 유일하게 임명된 검사"라며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특검 수사팀장으로 임명한 것은 특검법과 검찰청법 위반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촛불집회에서 경찰 병력 3명이 부상하고 경찰차 50대가 부서졌다"며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인 민중총궐기가 민심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회 측이 탄핵심판 증거로 언론보도 기사 30여 개를 제출한 데 대해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언론을 가리켜 시대의 선각자 또는 의로운 행동에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12년 연속 유엔의 인권탄압 결의를 받는 북한의 언론에 의해 입이 침이 마르도록 극찬 받는 언론 기사를 탄핵 사유로 결정한다면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에 대해 "피청구인 대리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탄핵소추 사유에 규정된 사유가 사실이냐 아니냐와 관계 없는 주장"이라며 "탄핵소추 사유와 무관한 얘기를 계속하는 것을 재판장이 제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 측은 또 정호성 전 비서관과 최순실씨의 통화 녹취록 유출 경위가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 변호사는 "저희는 어느 쪽에서 유출됐는지 대충 의심이 간다"며 사실상 국회 측이 기록을 유출했다고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 황정근 변호사는 "저희가 유출한 것처럼 굉장히 오해를 부를 수 있는데, 저희도 모두 다 법률가"라며 "소송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법률에 규정돼 있고, 저희가 소송 외 목적으로 기록을 이용했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박 대통령 측에 "소추위원 측이 했다는 자료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 변호사는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이 열린 5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 윤전추 "청와대에서 최순실 본 적 있다"... "세월호 당일 헤어, 메이크업 담당 청와대 출입"

헌재는 이날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날 오후 2시 진행된 변론에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게 증인출석 요구서가 송달되지 않았다"며 "두 사람이 증인으로 채택돼 변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추측되지만 출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헌재소장은 이들을 19일 오전 10시 탄핵심판에 재소환해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영선 행정관은 12일 4차 변론기일에 소환할 예정이다.

오후 3시 진행된 증인신문에 출석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최순실씨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본 적이 있다"며 "다만 횟수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시 행적과 관련해 "세월호 당일은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자들을 제가 모시고 들어갔다가 모시고 나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일 오전 안봉근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을 직접 찾았다고 말했다.

윤 행정관은 안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을 대면한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 집무실을 가려면 제 사무실을 거쳐 가야 한다"며 "당시 문을 열고 있어서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윤 행정관은 자신이 오전 8시30분쯤 박 대통령의 호출로 관저에 가 '개인적 업무' 혹은 '비공식적 업무'를 본 뒤 관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했으며, 박 대통령이 오전 9시에 관저 내 집무실에 들어간 뒤 오전 중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 측은 관저 내부와 윤 행정관의 업무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으나, 윤 행정관은 대통령의 비공식적 업무라는 이유로 대부분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의 모든 업무가 공무상 기밀은 아니다"라며 "답변을 계속 피하면 관저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니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사실에 입각해 대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