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부장판사 출신 욕심으로 사법신뢰 무너져... 장기간 실형에 처해야"
최 변호사 브로커 이동찬 징역 8년, 법조브로커 이민희 징역 4년 각각 선고

지난해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들이 1심에서 줄줄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5일 100억원대 부당 수임료를 받고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를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유정(47·여) 변호사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4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최 변호사의 브로커 역할을 한 이동찬(45)씨 대해서는 징역 8년에 추징금 26억3천400만원을 선고했다.

최유정 변호사

재판부는 “최 변호사는 전직 부장판사 출신으로 재판 절차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재판부에 대한 교제와 청탁 명목으로 상상할 수 없는 돈을 수수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재판부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보석 여부를 미리 확인한 것처럼 말하는 등 정상적인 변호사 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직 부장판사가 아니었다면 의뢰인이 50억원이라는 거액을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최 변호사의 그릇된 욕심과 행동으로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고 최 변호사를 정직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장기간 실형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정씨와 유사수신업체인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전 대표에게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의 수임료를 챙기고 법조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최 변호사는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씨에게 재판부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보석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정씨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20억원과 성공보구 30억원을 약속했다.

최 변호사는 또 송씨가 인베스트컴퍼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을 당시 법원에 보석 및 집행유예 청탁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브로커 이동찬씨를 통해 송씨로부터 20억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최 변호사는 송씨가 이숨투자자문 사기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또다시 청탁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1998년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2014년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했다. 최 변호사는 총 50여 건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65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신고하지 않고 누락해 6억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정운호 게이트'는 최 변호사가 지난해 4월 상습도박 혐의로 1, 2심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돼 있던 정씨와 수임료 반환을 놓고 구치소에서 다투다 폭행이 벌어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정씨는 13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브로커 이동찬씨는 최 변호사와 송씨 사이의 알선 외에도 송씨에게 3억5천100만원을 혼자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이날 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정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법조브로커 이민희(57)씨에 대한 1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9억5천277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정씨 구명을 위해 경찰과 검찰, 법원 등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에 대한 '몰래 변론' 의혹을 받은 검사장 출신 홍만표 (58)변호사를 정씨에 소개해준 인물도 이씨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서울지하철 1~4호선 내 매장 설치 사업과 관련해 정씨 측으로부터 9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2011년 12월 형사사건 의뢰인을 홍 변호사에게 소개해준 대가로 1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또 2012년 10월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P사가 코스닥에 상장될 예정이라며 고교 동창인 조모씨에게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특수통 검사'로 불렸던 홍만표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지난달 9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운호 게이트는 이외에도 현직 경찰과 검찰 수사관 등이 잇달아 재판에 넘겨지는 등 법조계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됐다.

 

<정운호 게이트 일지>

▲2016.4.22=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 구치소에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착수금 문제로 다투다 폭행당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정운호 고소 ▲4.28=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법조 브로커 수사 착수 ▲5.3= 서울 강남구 대치동 네이처리퍼블릭 사무실 등 10여곳 압수수색 ▲5.10= 최유정 체포.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사무실·자택 압수수색 ▲5.11= 최유정 구속영장 청구 ▲5.13= 최유정 구속영장 발부 ▲5.27= 검찰, 홍만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 최유정 구속기소 ▲6.2= 홍만표, 정운호 구속 ▲6.16= 최유정, 정운호 폭행 혐의 고소 취하 ▲6.18= 경찰, 최유정 측 브로커 이동찬 체포 ▲6.20= 홍만표 구속기소 ▲6.21= 이동찬 구속 ▲6.24= 정운호 구속기소 ▲8.16= 정운호와 금품거래 의혹 불거진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휴직 신청. 대법원, 김수천 부장판사에 6개월 휴직 인사발령 ▲8.31= 김수천 부장판사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9.2= 김수천 부장판사 구속 ▲9.6= 양승태 대법원장, 김수천 부장판사 구속 관련 대국민 사과 ▲9.20= 김수천 부장판사 구속기소 ▲9.30= 대법원, 김수천 부장판사에 정직 1년 ▲9.21= 검찰, 뇌물공여 혐의로 정운호 추가 기소 ▲11.18= 검찰, 홍만표에 징역 5년과 벌금 15억원, 추징금 2억원 구형 ▲12.5= 검찰, 정운호에 징역 7년 구형 ▲12.9= 법원, 홍만표에 징역 3년 및 추징금 5억원 선고 ▲12.19= 검찰, 최유정에 징역 7년 및 추징금 45억원 구형. 브로커 이동찬에 징역 10년 및 추징금 28억여원 구형 ▲12.20 = 검찰, 김수천 부장판사에 징역 10년 및 벌금 1억6천만원, 추징금 1억3천만원, 2010년식 레인지로버 몰수 구형 ▲2017.1.5= 법원, 최유정에 징역 6년 및 추징금 45억원 선고. 브로커 이동찬에 징역 8년 및 추징금 26억3천400만원 선고. 브로커 이민희에 징역 4년 및 추징금 9억5천여만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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