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익일', '양생', '노견'이라는 단어,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단어들일 텐데요.
짐작하셨다시피 모두 전형적인 일본어 한자 조합입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8일)은 일본식 한자어 3총사, ‘익일, 양생, 노견’ 입니다.
[리포트]
우체국에서 흔히 쓰이는 ‘익일 특급’, 공사 현장 용어인 ‘콘크리트 양생’,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만나는 ‘노견’ 관련 표지판.
익일, 양생, 노견.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디선가 한번쯤은 보거나 들어본 단어들입니다.
[시민]
(익일, 양생, 노견 들어보셨습니까)
“네, 들어는 봤습니다”
[최암철 / 울산광역시 ]
“양생은 이거 뭐 누구 말마따나... 좋은 거 먹고 오래살기 위해서 이거 하는 거 아니냐고... 좋은 거 먹어라...”
해당 표현들은 모두 우리 법전에도 실려 있는 단어들입니다.
민법 제161조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한 때에는 기간은 그 익일로 만료한다"
"콘크리트의 응고 및 경화가 건조나 진동 등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지 아니하도록 양생하여야 한다"는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행정규칙 중 굴착공사 표준안전 작업지침 "연약지반의 노견, 경사면 등의 작업에서는 담당자를 배치하여야 한다"는 표현들이 그것들입니다.
어디서 들어는 봤고 법전에도 버젓이 나오지만, 그러나 무슨 뜻인지는 또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민]
(익일, 양생, 노견 뜻이 뭔지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
“잘 모르죠. 말은 알아듣겠는데, 그 뜻은 정확하게 몰라요”
[고건희 / 서울시 서초동]
(뜻은 아시겠어요)
“아니요”
(전혀 모르시겠습니까)
“네”
‘익일’은 한자로 ‘이튿날 익(翌)’에 ‘날 일(日)’ 자를 씁니다. 우리말로 그냥 ‘이튿날’, ‘다음날’ 이라는 뜻입니다.
기를 양(養), 날 생(生)을 쓰는 양생은 한자 의미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굳히기’ 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노견'의 노(路)는 길 로, 견(肩)은 어깨 견 자입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길의 어깨’, 의역하면 '갓길'이라는 뜻입니다.
익일, 양생, 노견. 특히 양생과 노견은 어디서 그 뜻이 연유했는지도 불분명한 일본어 한자 조합입니다.
익일은 '요쿠지츠'(よくじつ), 양생은 ‘요우죠우'(ようじょう), 노견은 '로카타'(ろかた)라 발음되는 원래 우리말은 물론 중국에도 없는 전형적인 일본식 표현인 겁니다.
[류하경 변호사]
"노견, 익일, 양생 이런 단어들은 일본어입니다, 그 뿌리가. 근데 노견같은 경우에는 갓길, 익일은 다음날, 양생은 숙성, 뭐 이런식으로 우리말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본어 사용은 법전에서 배제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이 됩니다"
[스탠드 업]
꼭 ‘일본말’이기 때문에 바꿔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익일, 양생, 노견과 이튿날, 굳히기, 갓길.
어느 쪽이 더 쉽고 명확하십니까. 더 쉽고 명확한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 입니다.
- 법전에 나오는 '견양(見樣)'... '견양(犬羊)'은 아니고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 세상 달라지는데 法만 못 따라간다... '불구자' '장애자' 비하 표현 버젓이, 헌법 조문까지
- '월하장'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월하의 공동묘지'도, 모텔 이름도 아닙니다
- "광고비 착취 그만, 오일 폭리 그만"... bhc 가맹점주들, 횡령·사기 등 혐의 본사 검찰 고발
- 귀속재산과 적산 불하, 정경유착의 뿌리... 청산하지 못한 법전 속 일제 잔재 '계출'(屆出)
- 촉법소년(觸法少年)... 사전에도 법전에도 안 나오는데, 법조계에서만 쓰는 '그들만의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