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 무엇이 참담한가, '피의자' 이규진의 '참담함'과 '부끄러움'에 대하여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 무엇이 참담한가, '피의자' 이규진의 '참담함'과 '부끄러움'에 대하여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8.23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사법농단 '피의자' 신분 검찰 소환
판사 뒷조사·재판 개입·헌재 기밀 탈취 등 혐의... 증거인멸 의혹도
"사법농단을 행한 사실이 참담한가, 피의자 신분 전락이 참담한가"

[법률방송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오늘(23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나왔습니다.

‘법원의 꽃’이라는 고법 부장판사급인 이규진 전 위원은 착잡한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참담함’에 대하여 얘기해 보겠습니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참담하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규진 /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검찰에 출석해서 진술을 하게 된 이상 아는 대로 그리고 사실대로 진술할 생각입니다

이규전 전 위원은 그러면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아는 만큼 검찰에서 진술하겠다“고만 말했습니다. 

“사법농단 사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등의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그대로 검찰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급인 이규진 전 위원은 사법농단 관련 그동안 검찰에 소환된 법원 인사 가운데 최고위직 판사입니다.

최고위직이니만큼 받는 혐의도 이것저것 많습니다.  

이규진 전 위원은 먼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진보적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관들에게 이런저런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습니다.

통합진보당 재판 관련 재판부 심증을 미리 빼내는 한편 선고 기일을 연기하라고 주문하는 등 특정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규진 전 위원은 또 헌재에 파견 나갔던 최모 부장판사를 통해 헌재 재판관 평의 내용 등 헌재 기밀을 빼낸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의혹이 처음 터졌을 땐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법관사찰을 비롯한 관련 문건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증거인멸 의혹도 아울러 받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검찰은 기획조정실 당시 심의관들로부터 “이규진 부장판사 지시로 문제가 될 만한 문건들을 삭제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요약하면 이규진 전 위원은 그 자신 판사이면서 판사 뒷조사, 재판개입, 헌재 기밀을 빼낸 프락치 행위, 거기다 증거인멸 혐의까지. 

‘뒷조사’ ‘프락치’ ‘증거인멸’... 이런 ‘음습’한 단어들이 이규진 전 위원이 받는 혐의들입니다.

'사법농단 의혹의 백화점, 종합선물세트'라는 비난과 비아냥을 들어도 딱히 반박할 말이나 처지가 못돼 보입니다.

그리고 이규진 전 위원이 받는 혐의들은 모두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법원 산하 독립기구인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며 한 일들입니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니 “양형 과정에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건전한 상식, 국민 신뢰, 공정, 객관... 이런 것들이 다 어디에 있었는지, 우리 법원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첨언하자면 법원은 기밀 유출 ‘피해자’인 헌재에 대한 검찰 청구 압수수색영장은 발부했으면서, 정작 ‘피의자라 할 수 있는 법원 관련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모조리 기각해 헌재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습니다. 

“이 자리에 서게 된 것 만으로도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이규진 전 상임위원.

사법농단을 행해 참담하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 명색이 판사인데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된 것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걸까요. 무슨 말일까요.

“기막힌 참담이 납 가루처럼 가슴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한승원의 장편소설 ‘해일’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진정 참담한 사람들은 ‘상식’ 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그런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던 우리 국민들 아닌가 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