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운영규정에 '견양(見樣)' 용어 실려
일본어로 '미요우(みよう)'... 전형적 일본식 한자어

[법률방송뉴스] 한자로 ‘볼 견(見)' 자에 ‘모양 양(樣)' 자를 쓰는 '견양(見樣)'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견양’이라고 쓰지만 국어사전을 보니 발음은 ‘겨냥하다’ 할 때와 같이 ‘겨냥’으로 읽어야 한다는데요.

발음은 발음이고 견양,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닷새 뒤인 8월 29일은 일제에 나라를 뺏긴 경술국치일입니다. 

관련해서 구한말 유학자 의당 박세화가 나이 일흔일곱에 경술국치를 당해 곡기를 끊고 절명하기까지 23일간의 경과를 제자들이 기록한 ‘단식 순도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단식 순도일기'에 "예의조선이 견양(犬羊)이 되어 망했으니 하루가 어찌 가당키나 하겠는가"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견양, 조선이 개와 양처럼 하찮게 되어 망한 걸 한탄하는 말입니다.  

이 ‘견양’이라는 표현이 우리 법전에도 나옵니다. 

자치법규인 서울특별시교육청 민원봉사실 운영규정 제3조 "민원인의 사용빈도가 가장 많은 민원서식은 벽이나 기재대 위에 견양을 작성 비치하여..." 라는 표현입니다.
 
일단 개나 양을 뜻하는 견양은 아닙니다. ‘개나 양을 작성하여’라고 쓸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에게 ‘견양’이라는 단어를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정기윤 / 서울시 신길동]
(혹시 견양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못 들어 봤어요"

[김경애 / 경기도 화성시]
(이 견양이라는 말 들어 보셨습니까)
"아니요"
(못 들어보셨어요)
"네, 네, 네, 네"

법전 속 ‘견양(見樣)’, 한자로는 '볼 견(見)’ 자에 '모양 양(樣)’ 자를 씁니다.

‘보이는 모양’, 즉 ‘본보기’나 ‘견본’, ‘서식’ 정도의 뜻입니다.

견양은 그리고 단순히 낯설고 어려운 한자어가 아니라, 일본어로 '미요우(みよう)'라고 발음하는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어 조합입니다.

이런 일본식 한자 조합이 서울시 초중고 교육을 관할하는 교육청 운영규정에 버젓이 실려 있는 겁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내가 만든 게 아니“라며 크게 당혹해 합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
“아니요, 몰랐습니다. 네, 이거 지금 저희가 만든 지가 꽤 돼서...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저희 이제 그... 예, 일단은 저희가 요런 거 잘 참고하겠습니다”

견양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안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창수 / 서울시 강남구]
"바꿔야죠 당연히"

[박준규 / 서울시 강남구]
"어지간하면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스탠드 업] 

일제 잔재 청산, 그 기본 중의 기본은 우리 말과 글을 바로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것도미래의 주역 학생들의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청이라면 더더욱 바르고 정확한 말을 써야 합니다.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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