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담합·입찰담합 등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담합 등 위법행위 과징금 최고 한도 2배 상향
"검찰 수사로 기업활동 위축될 것" 우려도

[법률방송뉴스] 지난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8년간 공정위가 움켜쥐고 있던 ‘전속고발권’이 폐지됩니다. ‘LAW 인사이드', 정순영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뭔지부터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큰 공사에서 가격이나 입찰 담합, 시장 쪼개서 나눠먹기 같은 행위를 이른바 ‘경성 불공정행위’라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기업들의 이런 불공정 담합 행위에 대해선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재판에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걸 공정위 ‘전속고발권’이라고 합니다. 공정위가 그동안 ‘경제검찰’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배경이자 힘인데요. 이걸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앞으론 공정위 고발이 없어도 중대 담합 행위에 대해선 검찰의 독자 수사 착수가 가능해지게 될 걸로 보입니다.

[앵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어디서 누가 결정한 걸까요.

[기자] 네, 오늘 오전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는데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공정거래법을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 민병두 정무위원장, 그리고 정부 쪽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은 1980년 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라며 “대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같은 편법행위는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일단 앞서 말씀드린 가격담합이나 입찰담합, 시장분할 같은 경성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가 폐지됩니다. 

이와 함께 담합과 시장지배력 남용 등의 법 위반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 최고 한도도 지금의 2배로 상향됩니다.

또 공정위나 검찰 같은 정부기관에 의한 공적 집행의 한계 보완 차원에서 기업 불공정행위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됩니다.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 원리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집행 권한을 검찰, 법원 등으로 분산하고 집행 수단을 다원화했다”는 게 당정의 설명입니다.

[앵커] 전속고발권 폐지 관련한 것 외에 어떤 내용들이 더 있나요.

[기자] 대기업집단 정책도 상당 부분 바뀌는데요. 

먼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는 30%, 비상장회사는 20%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됩니다. 

당정은 이와 함께 재벌 오너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하는 등, 지난 1980년 제정 이후 큰 줄기에서 변화가 없었던 공정거래법을 38년 만에 전면적으로 손보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공정위 입장에서는 어쨌든 ‘전속고발권’이라는, 공정위를 경제검찰로 존재하게 했던 강력한 무기를 상실하는 건데, 김상조 위원장은 뭐라던가요.

[기자] 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사실 김상조 위원장의 기존 소신이나 입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라 공정위 조직 차원에선 속으로 반발이 있을지 몰라도, 해야 할 일이 이뤄졌다는 반응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사실 오늘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 폐지에 앞서 유통업법과 가맹법, 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 3법’, 그리고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등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쥐고 있던 다른 법률에 대해서도 전속고발권을 전부 또는 일부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경성담합 외에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해 자유롭고 정당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는 것이 김상조 위원장의 말입니다.        
            
[앵커] 공정거래법 개정, 앞으로 타임테이블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오늘 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김상조 위원장은 곧바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 폐지 합의문 서명식’을 갖고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말 그대로 전광석화처럼 ‘도장’을 찍고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식화한 겁니다.

이와 관련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이번 전속고발제 및 자진신고제 제도 개선을 통해 초기단계부터 검찰과 공정위가 긴밀히 협력해 경제민주화의 토대가 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 창의적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고,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위원장이 여당인 민병두 위원장인 점, 정의당 등 일부 야당들도 찬성 입장인 점 등을 감안하면 38년만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이제 시간 문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검찰 수사에 따른 기업활동을 위축하는 볼멘소리가 분명히 기업 쪽에선 나올 텐데, 애초 수사받을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합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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