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헌재 파견 부장판사 사무실 등 압수수색
헌재 평의 내용 등 정보 빼낸 '프락치' 혐의... 관련 문건 삭제, 증거인멸 의혹도

[법률방송뉴스] 하다하다 이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같은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내부 정보 빼내기, 이른바 ‘프락치질’을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관련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 사무실 등이 오늘(20일)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이 정도면 ‘사법 농단’ 정도가 아니라 ‘사법 치욕’ 아닌가 합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 관련 얘기 해보겠습니다.

검찰이 오늘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를 나갔던 최 부장판사는 재판소원 등 법원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이뤄진 헌재 재판관들 평의 내용 등 헌재 내부 정보를 대법원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판사 신분으로 헌재에 파견가서 친정인 법원을 위해 헌재 내부정보를 빼낸 ‘프락치질’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혼자 했을 리는 없고 검찰은 최 부장판사가 빼돌린 헌재 내부정보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규진·임종헌,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 관련 핵심 인물들로 지목된 이름들입니다. 

헌재 내부정보 빼돌리기도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닌 대법원 차원에서 이뤄진 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관련해서 검찰은 오늘 이규진 전 위원의 서울고법 사무실과 주거지 등도 압수수색했습니다.

법원으로선 핵심 법원인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판사 사무실이 한날 한꺼번에 털린 ‘치욕의 날’입니다.

‘법원의 꽃’ 이라는 고법 부장판사급인 이규진 전 위원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지시를 받고 판사 뒷조사 등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혐의, 통진당 관련 재판에 관여한 재판 개입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규진 전 위원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에게 관련 문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아울러 받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검찰은 최근 현직 부장판사급인 전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을 잇달아 소환해 이규진 전 위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이규진 전 위원이 양형위원회 근무 시절 생산한 자료와 최 부장판사가 헌재 파견 때 사용한 하드디스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기각하고 내주지 않았습니다.

법원행정처에서 헌재 관련 업무를 담당한 다른 판사들 압수수색영장도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조리 기각됐습니다.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익침해가 큰 사무실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허용할 만큼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는 등의 이유가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입니다.

‘문건 삭제’, ‘증거 인멸’의 다른 이름입니다. ‘헌재 내부정보 빼내기’, 이러니저러니 해도 ‘프락치질’과 본질적으로 같은 일입니다.

‘임의제출 가능성’은 어느 기관, 어느 피의자나 있습니다. 

법원이 저항하고 싸맨다고, 제 식구 감싸 안는다고 싸매지고 감춰질 일이 아님을 법원만 아직도 모르는 건 아닌가 하는, 환골탈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자꾸만 더 추락하는 악수(惡手)를 두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듭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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