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분석가들 “김지은, 그루밍 상태 빠졌을 가능성”
1심 재판부, ‘김지은 그루밍’ 심리전문가 의견 배제
검찰 "법리 오해" 항소... 2심 '업무상 위력' 판단 주목

[법률방송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검찰이 오늘(20일)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른바 ‘그루밍’이 논란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루밍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고, 왜 논란이 되고 논란의 핵심은 뭔지 장한지 기자가 심층 리포트로 정리해 드립니다. 

[리포트]

성범죄에서 ‘성적인 길들이기’를 의미하는 ‘그루밍’은 보통 어린아이나 미성년자 등 판단력이 미약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그루밍은 통상 ‘표적 정하기’, 표적의 관심사나 취약점을 파악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등의 방법을 통한 ‘심리적 장악’, 이후 표적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성적 길들이기’ 세 단계로 이뤄집니다. 

일단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전락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 전 지사의 ‘위력’과 승진 등의 ‘보상’에 눌려 김지은씨가 이런 그루밍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김지은씨의 심리 상태를 감정한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이같은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특별히 호의를 베풀거나 선물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정황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피고인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호의 또는 선물’보다는 ‘업무상 부담과 손해’를 가한 사람이라고 보는 게 맞다”, “피해자는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사람”이라는 게 1심 판결문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김지은씨의 나이나 학력, 경력 등을 감안했을 때 그루밍에 빠질 만큼 김지은씨가 미약하지도 않고, 안 전 지사가 그런 시도를 한 정황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문정구 변호사 / 법무법인 한길]
“피해자가 그 정도의 정신적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여러 차례 성관계를 한 것이 그런 것은 아니고 ‘동의 하에 있는 것으로 봐야 된다’ 이런 취지로...”

실제 지난 2011년 당시 15살 여중생과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진 40대 연예기획사 대표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사랑하는 사이”라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김지은씨의 경우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게 한쪽의 주장입니다. 

반론도 거셉니다. 법원이 그루밍 성립을 너무 기계적, 도식적으로 좁게 보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김태형 / 김태형심리연구소 소장]
“무력감에 의해서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 들어가는 상황이 그 부분이 핵심인데, 무력한 상태를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에 합리화 기제를 쓰거든요. ‘상대방이 날 사랑하니까 그런 거다’라든가, ‘실수였지’ 등으로...”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일단 공은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갔습니다.

심리적 감금상태를 뜻하는 ‘해리’, 성폭행 후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 성적인 길들이기를 의미하는 ‘그루밍’ 등 이런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합류하는 곳은 결국 ‘업무상 위력’을 행사했느냐 입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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