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이상 개헌 '찬성'… '대통령 4년 중임제'가 1위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 정치적 이해관계 배제해야”
대통령 결선투표제 찬성 70%로 우세 "정략적 도입은 경계"

헌법은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합의다. 국정농단 사태로 개헌 논의가 2017년 한국사회를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2017년 한국사회의 화두 중의 하나는 개헌이 될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이 국민들의 가장 근본적 합의인 헌법 정신을 배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심판과 한편으로, 올해는 헌법 정신을 다시 가다듬기 위한 개헌 논의가 동시에 가열될 전망이다. 법률방송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법학자 20명 설문조사를 통해 개헌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10명 중 8명 이상 "개헌 필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1위

설문조사에 참여한 20명의 교수 중 85%는 개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부분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현행 헌법으로 인해 2016년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가 생겼다는 것에 공감하고 이에 따라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인 권형둔 공주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헌법은 시민의 권리의식이 초기적 단계에서 생성돼 개정된 것이라 절차적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세밀하게 구현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87년 헌정체제의 성과와 한계를 극복하고 촛불시위에서 발견된 성숙한 시민권을 반영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법대 교수는 “권력중심적인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권력 분산형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개헌에 따른 정부의 체제 변화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59%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서는 의원내각제가 18%, 이원집정부제가 17%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두가지를 혼용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6%로 나타났다.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정준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원내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점에서 의원내각제는 시기상조”라며 “또 이원집정부제의 경우 총리와 대통령간의 권력다툼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원집정부제를 찬성한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으므로 분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 의견을 보인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헌법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한 대증(對症)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법안제출권을 없애고 국회의 입법권 강화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예산법률주의로 바꿔 국회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직할에서 각부 장차관 임명 등을 분할하고 전체 국무위원회의도 유지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력분립과 공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제도 안에서 권한을 국무총리나 국회 등 다른 헌법 기관에게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개헌을 통해 이뤄낼 정부의 유형에 있어서는 의견 차이가 있긴 했지만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대부분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보다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책임있는 정치를 할 수 있는 형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 개헌의 전제 조건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 정치적 이해관계 배제해야"

설문에 참여한 교수들 대부분은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있어 그리 멀지 않은 때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45%의 교수들은 가능한 빠르게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고, 40%의 교수들은 차기 대통령 선출 이후 개헌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결국 올해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1~2년 안에 개헌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80% 이상의 교수들이 의견을 모은 셈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반면 개헌의 시기 및 어떤 방향으로 개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며 “그러나 이런 경우 개헌을 미루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개헌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정치적 입장을 조율하고,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장차이를 근거로 개헌 자체를 미루려고 할 경우에는 또다른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헌 시기에 상관없이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데 절반 이상의 교수들이 의견을 모았다.

한견우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개헌의 전제조건은 국민적인 합의”라면서 “또한 법치주의의 확립과 선진화된 정치문화 역시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는 “국민적인 합의 및 충실한 논의가 전제되지 않은 개헌은 지금까지 9차례 반복된 불완전한 체제수립의 또다른 반복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금옥 순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주권자인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토대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선숙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개헌의 주체는 국민이어야 하고, 개헌의 필요성 여부 및 그 방향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국민적 합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 대통령제의 경우 '결선투표제 도입 찬성' 우세

대부분의 교수들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개헌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들을 묻는 질문에 40%의 교수들은 충분한 논의없이 이뤄지는 개헌을 꼽았다. 또한 25%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20%는 당파에 따른 일방적 개헌을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15%를 차지한 기타 의견에는 앞선 세가지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응답한 교수 대부분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어떤 당파에도 휘둘리지 않도록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한 개헌에 동의한 셈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는 “정치인들의 권력게임을 위해 개헌이 이용당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 역시 “국민의 의사 합의가 없는 어느 이해관계 정치인들을 위한 헌법개정이 진행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형둔 공주대 법학과 교수는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지는 빠른 개헌 안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며 “따라서 중대한 개헌의 논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정치권과 국민들내에 광범위하게 무르익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도 늦지 않다”며 “개헌을 정략적 이해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준현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역시 “섣불리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헌법개정은 그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논의의 해결을 위해 또다른 개헌론의 씨앗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기 헌법학회장을 맡게 된 고문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역시 “현행 헌법이 개정된지 30여년이 돼 간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당리당략,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긴 역사의 관점과 통일과 미래세대, 다문화 등을 생각하는 거시적 안목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수렴한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이 도약할 수 있는 제2의 중흥의 발판이 되기를 기원해본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현행 5년단임제 헌법은 6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동안 친인척 비리를 넘어 최순실 파동까지 발생하는 사태를 초래했다”며 “개인적으로 어느 대통령이 들어오더라도 이런 사태가 반복될 뿐 아니라 순간적인 일회적 신뢰상실로써 더욱 가혹한 국민불신으로 인해 매 대통령마다 불행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정략적 계산에서 개헌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되며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개헌만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오호택 한경대 법학과 교수는 “수많은 개헌 사항을 한번에 고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이고 순차적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도회근 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 형태 외에도 지방자치에 관한 개헌과 29조 2항, 군인군무원에 대한 이중배상금지 조항의 삭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배근 광운대 법과대학 교수는 “과거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해 삽입한 독소조항들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70%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75%의 교수들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결선투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으로는 ▲민주적 정당성과 권력의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 ▲그동안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없어 민주적 정당성 문제와 국민들의 지지층 분리가 계속됐다는 점에 대한 치료적 대처를 위해서 ▲2012년 기준 82개국이 결선투표제를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듯 대통령제 국가 대부분이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등이 있었다.

반면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반대하는 의견으로는 ▲ 현재의 결선투표제 논의는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기되고 있어서 ▲국민 다수의 의사를 왜곡할 수 있는 위험이 내제돼 있어서 등이 있었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서 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으로는 ▲대통령 선거는 매우 중요한 헌법적 규정사항인만큼 현행 헌법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결선투표제 도입은 원천적으로 성립 불가능 ▲헌법 규정 없이 해석만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당선자 결정방법은 헌법사항인만큼 개헌 전 법률로 도입할 경우 부작용 우려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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