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지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
안희정 "다시 태어나겠다"... 김지은 "끝까지 싸우겠다"
시민들 반응 극명히 갈려... 검찰 "판결 납득 안돼, 항소"

[법률방송뉴스]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1심 법원이 오늘(14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지은씨의 진술에 의문점이 많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판결 현장과 여성단체 등의 반응을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폭력 혐의 재판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선고 앞두고 심경 어떠신지요)
“지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선고 결과 무죄 예상하십니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김지은씨에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

그러나 30여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나오는 안 전 지사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들어갈 때와 사뭇 달랐습니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안도와 뭔가 홀가분한 기색이 숨길 수 없이 묻어났습니다.  

[안희정 / 전 충남지사]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많은 실망을 드렸습니다. 다 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안 전 지사는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 등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도지사의 위치과 권세를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안 전 지사를 몰아세웠습니다.

안 전 지사는 최후진술에서 “지위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한 바 없다”고 위력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1심 재판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 손을 들어 줬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많다",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얼어붙은 ‘해리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성폭력 범죄라고 불 수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간음 후 아침에 러시아에서 피고인이 좋아하는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찾으려 애쓴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씻고 오라’고 했는데 그 의미를 넉넉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 "굳이 가식을 취할 필요가 없는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존경하고 지지한 점" 등이 재판부가 지적한 '의문점'입니다. 

요약하면 김지은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력은 없었다는 오늘 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남성아 /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성적 자기결정권, 하늘에만 있습니다. 책에서만 있습니다. 맞습니다. 남자들한테만 있습니다. 성희롱 할 자유, 성폭력 할 자유만 있고...”

[안희정 지지자]
“여자는 피해자 남자는 무조건 가해자,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재판을 여론몰이를 했기 때문에... 솔직히 따지고 보면 이 사건의 피해자는 안 지사님의 부인이에요."

무죄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안 전 지사는 벌떡 일어나 만감이 교차한 듯 눈을 꼬옥 감았고, 김지은씨는 말없이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방청석에선 한숨과 장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의미는 정 반대, 한쪽에선 ‘법원이 정말 너무한다’는 한숨이었고, 다른 한쪽의 것은 ‘결국 이렇게 무죄로 끝날 것을’ 하는 탄식이었습니다. 

김지은씨는 선고 뒤 입장문을 내고 "굳건히 살아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정혜선 변호사 / 김지은씨 변호인]
“이 사건이 주는 사회적 의미와 무게감에 대한 고민 없이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 원칙이라는 말에 너무 쉽게 의존하여 만연히 판결하였습니다.”

같은 한숨에 다른 의미,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를 둘러싼 의견이 극과 극으로 달리는 가운데, 안 전 지사는 결국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법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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